관심의 초점은 단연 대통령 선거. 이번 선거에서는 야당 바람이 불 조짐이 있다. 71년만에 여야 정권교체 가능성이 짙은 것이다. 1929년 창당한 이래 무려 71년간 줄곧 집권해온 제도혁명당은 거듭된 경제위기, 빈부격차, 부정부패 등으로 큰 위기에 빠져 있다.
▽여야후보의 각축〓이번 대선에 앞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집권당의 프란시스코 라바스티다 후보(57)와 제1야당인 국민행동당의 비센테 폭스 케사다 후보(57)는 각각 오차범위 안에서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3개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한 마지막 여론 조사에 따르면 두 후보로 압축됐고 조사기관에 따라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했다.
최대 일간지 레포르마 조사에 따르면 라바스티다 42%, 폭스 39%로 지지율이 나왔다. 그러나 민주주의 감시단은 폭스 후보의 지지도가 39%로 라바스티다 후보를 4%포인트 앞섰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GEA의 조사에서도 폭스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여기에다 20% 정도의 유권자가 부동층이다. 멕시코 선관위는 2.5% 포인트 안팎의 득표율 차이면 최종 개표결과가 나올 때까지 개표상황을 공표하지 않기로 했다.
▽승패 가를 젊은 부동층〓갓 선거권을 갖게 됐거나 사회초년병인 18∼35세의 젊은 층 2860만명이 누구를 지지할지 뚜렷하게 밝히지 않는 부동층에 많이 끼어 있다. 총 유권자 6000만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이들은 95년 외환위기와 경제난의 와중에 어려운 환경에서 교육받았다. 살리나스 전정권의 부정부패와 사회혼란을 체험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이 확고한 세대다.
이런 이유로 폭스 후보의 당선이 확실하다고 보는 축도 있지만 집권당만 찍어온 안정희구 세력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집권당의 라바스티다 후보는 유세장에서 “여당 후보가 어렵게 이기거나 야당이 승리하면 사회불안이 증폭되고 그동안의 경제안정이 깨질 것”이라고 주장하곤 했다.
반면 폭스 후보는 “나라의 정치 경제를 이렇게 끌고온 여당에 이번에야말로 역사적인 심판을 내려달라”고 호소해왔다.
▽치열한 폭로전과 관권선거 시비〓양대 후보는 멕시코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2년여만에 극복한 뒤 전례없이 안정된 경제성장과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경제공약은 아주 흡사하다. 다만 폭스 후보는 부정부패 척결, 빈부격차 해소, 실업률 축소에 초점을 맞춘 반면 라바스티다 후보는 교육개혁과 여성우대 정책 등을 강조했다.
에르네스토 세디요 현직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중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두 후보간의 지지율 격차가 워낙 작아 상대방을 흠집내기 위한 후보간의 폭로전이 치열했다. 일부 농촌지역에서는 금권 관권 선거운동 시비도 터져 나왔다.
미국 카터재단과 유엔 국제선거감시단도 멕시코 선거의 공명성을 감시하려고 대규모 선거 참관인단을 파견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