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레임덕' 극복하기 안간힘…주1회꼴 행정명령 발동

  • 입력 2000년 7월 6일 19시 56분


내년 1월 퇴임하는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의 견제 때문에심화하는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을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1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최근의 고유가(高油價)현상에 대해 언급하며 “의회가 올겨울 가정용 난방유 비축에 관한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권한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의회를 압박했다.

추위가 혹독한 미 북동부의 난방유 부족에 대비한 유류 비축법안이 하원은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묶여 있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최근 의회가 사사건건 제동을 걸어 주요 정책을 입법화하는 데 애로가 생기자 입법조치 대신 행정명령 각서 포고 행정규제와 같은 직권으로 정책을 이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지가 5일 전했다.

그는 이미 일주일에 평균 한 번 꼴로 모두 450건의 행정명령을 발동해 왔다. 조지 부시, 로널드 레이건 전대통령 등 전임자들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주로 공화당이 반대하는 개발제한 환경 정부기구개편 오염규제 등 현안이 행정명령 대상이 됐다.

클린턴 대통령은 최근 임명동의를 요청한 법관과 외교관에 대해 의회가 동의절차를 미적거리자 이달말까지 절차를 마무리해 주지 않으면 다음달 휴회 기간에 직권으로 임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는 대통령이 의회를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별 수 없이 이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게 백악관의 해명.

그러나 공화당은 “입법권은 헌법이 의회에 부여한 권한”이라면서 “대통령이 입법절차를 외면하고 행정조치로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3권 분립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반발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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