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MD 3차실험 실패]이상기류 확산…실전배치 요원

  • 입력 2000년 7월 9일 18시 26분


미국이 1억달러(약 1100억원)를 들여 8일 실시한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3차 요격실험이 실패했다. 이에 따라 NMD 관련 기술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과 함께 이런 상태에서 NMD를 실전 배치한다는 것은 성급하다는 신중론과 반대론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실험이 실패한 원인은 NMD의 핵심인 레이더와 요격미사일센서, 통신 때문이 아니라 록히드 마틴사가 제작한 추진 로켓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이 수십년간 인공위성과 미사일을 발사할 때 사용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던 추진로켓에 왜 갑자기 이상이 생겼는지 분명하지 않다.

일부 전문가는 요격미사일이 예정대로 추진체에서 분리됐다 하더라도 과연 모의 미사일 탄두를 교란장치와 가려내 정확히 맞힐 수 있었을지에 관해 의문을 제기한다.

미 국방부도 이번 실험의 문제점으로 풍선 모양의 교란장치가 완전히 부풀려지지 않았던 점과 함께 요격 미사일을 발사한 마셜군도 콰잘레인기지의 엑스밴드 레이더가 모의 탄두와 공중분해된 교란장치의 잔해를 식별하지 못했던 점을 인정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1차 요격실험 후 최초에는 성공했다고 발표했다가 나중에는 요격체가 궤도에서 벗어나 모의 탄두 대신에 대형 교란용 풍선을 맞혔다고 인정했었다. 1월 실시된 2차 실험에서는 요격체가 가스 누출에 따른 열추적 센서의 이상으로 모의 탄두에서 90∼120m 정도 벗어나 아예 아무 것도 맞히지 못했다.

미사일 전문가인 MIT대의 시어도어 포스톨 교수는 “대기권 밖 진공상태에서는 모든 물체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므로 요격체는 빛의 밝기에 따라 미사일 탄두와 교란장치를 구분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요격체가 탄두와 교란장치를 구분하기 힘들며 정교한 교란 장치를 개발하는 것이 요격 미사일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쉽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중국 유럽연합 등의 반발과 우려도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NMD 실전배치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미 국방부는 북한이 2005년까지는 미국 본토에 도달하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것으로 예상, 내년 초부터 알류산열도에 북한 정찰용 레이더 기지를 건설하는 등 NMD계획을 추진할 계획. 이를 위해서는 늦어도 연말까지는 대통령의 승인이 나야 한다.

그러나 클린턴대통령은 NMD 실험이 거듭 실패하고 국제정치 역학상 부담도 큰 NMD 실전배치 결정을 11월 선거에서 선출될 차기 대통령에게 미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미국 언론매체는 전망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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