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팔 11일 회담]클린턴 '中東중재' 솜씨 주목

  • 입력 2000년 7월 10일 18시 44분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1일(현지시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워싱턴 근교의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중동평화회담을 갖는다. 이번 3자회담은 클린턴 대통령이 일본 오키나와에서 21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서방선진8개국(G8) 정상회담을 위해 출발하는 19일까지 이어진다.

6년간 평화회담을 중재해온 클린턴 대통령은 임기 중 사실상 마지막으로 중재하는 이번 회담에서 큰 성과가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회담장소를 캠프 데이비드로 정한 것도 이런 희망을 나타낸 것. 이 곳에서 1978년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와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은 평화협상을 타결했다. 두 사람은 이 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후 캠프 데이비드는 ‘돌파구’를 뜻하게 됐다.

타결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협상 직전 이스라엘 연합정권이 붕괴되는 등 평화협상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지만 양측이 평화협정을 체결키로 한 시한(9월13일)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아 상당한 성과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반발〓이스라엘의 극우 3개 정당인 샤스당(17석) 국민종교당(4석) 러시아이민자당(5석)이 8, 9일 평화협상에 반발해 연정 탈퇴를 선언하고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바라크 총리가 지나치게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바라크 연정의 크네세트(의회)의석 수는 총120석 중 68석에서 42석으로 줄었다. 10일 오후에는 불신임안에 대한 의회 표결이 있다. 그러나 아랍계와 좌파의원이 바라크를 지지할 것으로 보여 불신임안은 거부될 것이라고 AP 등 외신은 분석했다. 이스라엘 총리는 직선이어서 소수당이 되더라도 총리직은 유지한다.

바라크는 연정 붕괴가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9일 TV와의 회견에서 “나의 목표는 이스라엘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정상회담 참가 의지를 확고히 했다. 바라크 총리는 이날 △예루살렘에 대한 통제권 확보 △1967년 점령한 땅의 전부 반환 불가 △정착촌 보호와 난민 귀환 불가 등의 원칙을 밝혔다. 또 협상이 타결되면 국민투표에 부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의 한 정파는 “이스라엘이 대폭 양보하지 않는 상태에서 정상회담에 참가하는 것은 이용당할 소지가 많다”며 회담 참가에 반대했다. 이에 앞서 아라파트는 이번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9월13일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망〓양측 견해차가 워낙 커 이번 회담에서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바라크도 회담 성사 가능성을 50대 50이라고 밝힌 바 있다.

클린턴은 지난주 회담 개최 사실을 발표하면서 “희생 없는 평화는 없다”며 서로 양보할 것을 촉구했다.

중동전문가들은 협상이 결렬되면 폭력사태가 재연된다는 것을 양측이 잘 알고 있어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런던에서 발행되는 한 아랍계 일간지는 타협안의 골격에 대해 이스라엘이 제3차 중동전(1967년) 때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 땅의 94%를 반환하고 동예루살렘 일부를 넘겨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협정 때 80%를, 나머지 14%는 2년간에 걸쳐 넘겨주며 유대인 정착민이 많은 나머지 6%는 가자지구 부근 땅과 교환한다는 것. 또 동예루살렘 내 2개 아랍인 거주지구와 이슬람 성지인 알 아크사 사원을 팔레스타인에 넘기며 팔레스타인 난민 3만명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으로 귀환하는 것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또 팔레스타인이 협상 타결의 대가로 미국에 400억달러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한편에서는 일괄 타결보다 몇가지 항목에 먼저 합의하고 동예루살렘 지위, 영토 반환 등 쟁점은 추후 논의하는 식으로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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