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유력 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99년 말 현재 워싱턴 지역의 IT기업 수가 IT산업의 본산지인 실리콘밸리의 기업 수를 앞질렀다. 실리콘밸리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반면 워싱턴은 인력이나 생계비 자금 등 다방면에서 사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
▼기업-종사자수 이미 역전▼
▽워싱턴 일대 IT산업〓워싱턴에 있는 비영리 단체인 그레이터 워싱턴 이니시어티브(GWI)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워싱턴과 인근 메릴랜드주 일부, 버지니아주 북부지역 등에 자리잡은 IT기업의 수는 작년 말 현재 1만2364개라고 밝혔다. 이는 로스앤젤레스(1만1160개)와 뉴욕(8119개)은 물론 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를 포함한 실리콘밸리 지역의 기업 수(1만1937개)보다 많은 것이다. 전년에 비해 늘어난 기업 수는 워싱턴 주변이 181개(1.5%)인데 비해 실리콘밸리는 7개사(0.1%)에 불과했다.
워싱턴DC 일대의 아메리카온라인(AOL) 등 IT기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24만2130명으로 실리콘밸리의 인력 20만5830명을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GWI는 미국 노동통계청의 자료와 컨설팅업체인 던 앤드 브래드스트리트(D&B)의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GWI는 이처럼 미국 IT산업의 무게중심이 실리콘밸리에서 워싱턴 지역으로 옮겨지고 있는 데는 고급인력의 확보 용이성, 주택임대료와 생활비 등 몇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평균 주택가격의 경우 실리콘밸리는 36만5300달러인데 반해 워싱턴은 17만6500달러로 절반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력-임대료등 조건 유리▼
또 고급인력의 비율도 워싱턴 일대가 높았다. 워싱턴 지역에 거주하는 만 25세 이상 인구 중 21.9%가 학사학위 소지자며 석 박사 학위 소지자도 16.5%나 돼 실리콘밸리(학사 17.1%, 석 박사 9.8%)를 크게 앞섰다. 생계비는 미국 전체 평균을 100으로 볼 때 워싱턴은 137.0, 실리콘밸리는 154.6이었다.
워싱턴에 있는 인터넷업체인 UUCom의 루스 칼란 회장은 “워싱턴 지역에는 기업 연구소 교육기관이 몰려 있고 자금도 풍부해 IT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對정부 로비필요성 부각▼
▽로비의 중요성〓IT기업이 워싱턴으로 몰려드는 또 다른 이유는 IT기업의 인식 변화 때문. IT기업은 그간 연구와 사업활동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반독점 소송에서 패한 이후 로비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해 워싱턴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기업 가운데에는 워싱턴에 별도 법인을 세우고 컨설턴트나 로비스트를 고용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IT기업은 앞으로 정부의 규제와 법이 신경제에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IT분야에 관계가 깊은 의원과의 인맥을 강화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