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부터 게임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스타크래프트’ 등 온라인 네트워크 게임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게임실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수준. ‘쌈장’ 이기석 등 몇몇 스타크래프트 플레이어들은 국제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우승했고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퀘이크 세계대회에서 참가 한국선수들은 모두 8강 안에 드는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케이블TV 만화채널 투니버스와 인천방송이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생중계하고 있다. 국내대회도 많아 지난 해 프로게이머리그코리아대회, 올해의 하나로통신배 등이 수시로 열리고 있다. 한때 외국 게이머들로부터 한국선수들의 매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어린이들의 게임열기도 대단해 동네 PC방에서 꼬마고수들을 자주 볼 수 있으며 이들을 ‘잡으러’ 온 어머니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게임이나 인터넷에 몰두하는 어린이들은 사이버공간에서 경험한 일을 실제 경험과 구분하지 ‘않거나’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초등학교 6학년 홍모군은 며칠 전 느닷없이 어머니에게 “낚시를 갔다 왔다”고 말했다. 놀란 어머니가 “언제 갔다 왔느냐”고 묻자 “인터넷에서”라고 대답했다. 또 아침에 “오늘 친구들과 모이기로 했다”고 말하고선 막상 ‘약속시간’이 되자 학급 홈페이지로 들어갔다.
현실의 대화와 컴퓨터 채팅의 대화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도 공통적인 특징.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는 “일기장 검사를 해보면 ‘하이루(안녕)’ ‘방가(반갑다)’ 등의 용어로 채팅하듯 글을 쓰는 학생이 많다”며 “어떤 때는 선생님인 나를 보고도 ‘선생님 하이루’라고 인사하고 지나가 놀란다”고 말했다.
서울가정법원 소년자원보호자협의회가 최근 초중고교생 161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7%인 124명의 학생이 ‘PC통신이나 인터넷을 이용하고 나면 현실과 가상사이에 혼동이 생긴다’고 응답했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의 어기준 소장은 “학교에 있다가도 게임 속의 캐릭터를 성장시켜야겠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게임방에 간 적이 있다”고 말한 학생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특히 롤플레잉 게임의 경우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명남기자>star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