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모리, 언론취재 거부하며 답변 외면

  • 입력 2000년 7월 11일 19시 02분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 총리가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그는 10일 오키나와(沖繩)에서 미군 병사가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 데 대해 취재진이 묻자 “대답하지 않겠다”며 입을 다물었다. 기자가 “무엇이 불만인가”라고 묻자 “그걸 얘기하면 또 쓸 것 아닌가. 당신들은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써버렸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11일에도 취재진들의 질문에 입을 열지 않았다.

모리 총리가 취재 거부를 하고 있는 것은 7일 간담회 내용에 대한 보도 때문. 모리 총리는 당일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언론의 보도태도에 불만을 터뜨렸다. 짤막한 대화로는 본의를 전달하기 어렵고 발언의 일부만 보도될 때가 많으며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내용이었다. 일부 신문사는 ‘비보도’ 약속에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라며 이같은 발언을 그대로 보도했다. 일본 언론계에서는 담당기자가 총리를 따라다니며 현안에 대한 견해를 간단하게 묻고 응답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관례다.

모리 총리와 취재진의 관계는 취임 때부터 삐걱거렸다. 4월 취임 직후 “어제 몇 시에 잠자리에 들었느냐”는 질문에 모리 총리는 “그런 건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것이 아니냐”고 답해 취재진을 화나게 했다. 총리의 하루 일정을 분 단위로 게재하는 언론계의 오랜 관행 때문에 나온 질문이었는데 무시당한 것이다.

결정적인 것은 ‘신의 국가’발언이었다. 이 발언이 나온 뒤 언론매체들은 비판 기사를 장기간 게재했다. 일부 신문들은 이후 모리 총리의 실언이 나올 때마다 빠짐없이 게재하며 ‘자질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모리 총리와 언론매체의 냉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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