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파산의 위기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아야 했던 아시아 각국 경제는 올 들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회복에 따른 물가상승 압박과 노사분규 등 과제가 남아 있다.
▽V자형 회복〓외환위기를 맞은 아시아 각국은 1998년을 바닥으로 급성장해 대부분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성장세가 두드러진 나라는 말레이시아와 한국으로 1∼3월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이 10%대를 넘어섰다.
일본 미쓰비시종합연구소는 아시아 9개국의 올 GDP 실질성장률이 평균 7.3%에 이르고 1998년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던 6개국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아시아 9개국은 내년에 평균 6.5%의 안정적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대미 수출 증가세는 주춤하겠지만 아시아 내 무역 증가와 투자 회복으로 자율성장의 기반이 다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수 주도로 전환〓경제회복의 견인 역할은 역시 미국경제의 활황에 따른 수출증가와 내구제를 중심으로 한 내수 회복. 일본의 다이와종합연구소는 “작년 이후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에서 국내 소비 주도형 경제회복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내구재를 중심으로 한 개인소비 증가가 두드러진다.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1∼3월 자동차 판매는 작년동기보다 62%나 늘었다. 민간 설비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IT산업의 급성장도 설비투자와 개인소비를 자극하고 있다. 각국은 ‘사이버21’(한국) ‘IT21’(필리핀) ‘누산타라21계획’(인도네시아) 등 IT발전전략을 적극 추진 중이다▽문제〓구조개혁 지연과 사회불안, 갑작스러운 경제회복으로 인한 물가상승 압박 등 문제는 남아 있다.
인도네시아는 중앙은행 총재 오직사건 등으로 경제각료가 잇따라 파면됐으며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루피아 가치는 달러당 7000루피아에서 최근 8000루피아까지 떨어졌다. 금리(1개월물 단기금리)도 10.88%에서 11.74%로 올랐다.
대만도 4월말 중견은행이 국민당 정권 관련 기업에 부정 융자한 의혹이 제기됐다. 태국은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30% 후반으로 높고 정부 채무잔고가 GDP의 40%에 달해 환율이 불안한 상태다. 이 밖에 한국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등에서도 급속한 경기회복에 따른 물가상승 압박으로 저금리 정책기조가 깨지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