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소련 출신 美이민자 76만명…외국계 최대 이민그룹

  • 입력 2000년 7월 12일 18시 55분


미국 내에서 옛 소련 출신 이민자의 비율이 91년 소련 붕괴 이후 급증해 미국 내 최대 외국계 이민 그룹의 하나를 구성하게 됐다.

미 일간 USA투데이는 11일 통계국 자료를 인용해 올해 옛 소련 출신 이민자가 76만300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 수가 미국 내 한국인 합법 이민자 60만5000명을 훨씬 넘으며 베트남과 인도의 이민자 수와 맞먹는다고 덧붙였다.

옛 소련 출신 이민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지역 15개국 20개 민족 출신들. 미국 내 거주지역은 뉴욕이 30만명으로 가장 많고 로스앤젤레스 10만명, 시카고 6만명, 포틀랜드 5만명, 보스턴 3만5000명 순이다.신문은 이들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부터 종교적 망명가, 미국과 러시아를 오가며 사업을 하는 ‘신(新) 러시아계 자본가’ 등 각양각색이지만 ‘러시아인’으로 불리기 싫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전했다.사회학자 리타 사이먼은 이들이 교육 수준이 높고 빠르게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이민귀화국(INS)은 옛 소련 출신 이민자의 미국 시민권 취득률이 베트남과 대만 다음으로 높다고 밝히고 있다.그러나 문제점도 많다. 이민 후 하급직 종사자와 알코올 중독자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또한 옛 소련 출신 ‘러시아 마피아’들이 갈취 밀수 강도 탈세 마약거래 등에 나서 미 연방수사국(FBI)이 골치를 앓고 있다. 할리우드 등지에서는 옛 소련 출신 아르메니아 청년 갱단들이 조직돼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5만8000여명에 이르는 뉴욕 거주 유대계 러시아인들은 대부분 고령으로 높은 임대료 부담 속에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INS는 이민 절정기였던 93∼94년 15개 옛 소련 공화국 출신 6만3420명에게 입국을 허용했으나 97∼98년에는 그 수를 3만163명으로 줄였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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