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기硏 인종차별 시비…亞系 과학자 채용 격감

  • 입력 2000년 7월 17일 18시 44분


미국의 주요 국립 무기연구소와 군수업체 등이 최근 인종차별 문제로 곤욕을 치르는 등 이 문제가 법적 공방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계 과학자들은 핵무기 등을 연구하는 미국의 3대 국립 무기연구소가 기밀 유출 가능성 등 보안상의 이유로 아시아 출신들을 차별하는 데 반발, 이들 연구소에 대한 지원과 근무를 외면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의 경우 98년과 지난해 28명씩 지원하던 아시아계 과학자의 수가 올 상반기에는 3명으로 줄었다. 실제 채용된 아시아계 과학자의 수도 98년 18명에서 지난해에는 9명, 올해는 3명으로 격감했다. 이같은 현상은 리버모어와 샌디아 등 다른 국립 무기연구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타임스는 “아시아계에 대한 승진 차별과 조직적인 괴롭힘을 둘러싼 논란은 오래된 것이나 지난해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의 대만계 과학자 리원허(李文和)가 핵기밀을 잘못 취급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뒤 더 악화됐다”고 전했다.

아시아계 과학자들은 이 사건 이후 연구소측이 보안을 강화하면서 아시아계에 대해 출신국에 있는 친척들과의 접촉동향을 보고케 하고 컴퓨터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잠재적인 스파이 취급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이공계 박사학위 취득자 중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계의 재능 있는 과학자들이 이처럼 무기연구소 지원에 대해 발길을 돌려버림에 따라 미국의 군사연구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의회 조사국의 조너선 메달리아 박사는 “국립 무기연구소가 와해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핵무기의 안전과 신뢰도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군수업체인 록히트 마틴 사의 흑인 직원 11명은 회사가 흑인들에 대해 임금 승진 처우면에서 차별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최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다른 흑인직원들을 규합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F22 전투기 등을 생산하는 조지아주 마리에타 소재 공장에서는 흑인 직원의 작업장에서 과거 백인들이 흑인들을 린치할 때 사용했던 올가미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갖다 놓은 게 발견되는 등 노골적인 위협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직장 내 흑인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 올가미를 눈에 띄는 곳에 놓아 두는 사례는 요즘 여러 지역에서 확산되는 추세.

또 코카콜라사는 흑인들에 대한 승진 차별 시비로 소송에 휘말리고 필라델피아 경찰은 흑인 용의자를 집단구타해 물의를 빚는 등 해묵은 인종차별 시비가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