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공연계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16일 일본 요코하마 미나토 미라이 대극장에서 열린 공연 ‘우주’에 참가했던 이들은 최근 부토와 한국 춤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김씨가 이 내용을 동아일보에 보내 왔으며 김갑식기자가 정리했다.
부토는 50년대 오노 가즈오, 히츠카다 다츠미 등이 시작한 것으로 서구 현대무용 요소에 가부키(歌舞伎)와 같은 일본 전통극 색채를 입힌 실험적인 춤으로 절제와 느림이 특징이다.》
오노 가즈오〓김선생의 춤을 보니 한국과 일본이 고대부터 활발하게 가졌던 문화교류의 뿌리가 느껴집니다. 특히 ‘태평무’의 경우 궁중 정원에서 활발하게 노는 왕비의 자태를 통해 평화로운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김매자〓즉흥 부토에서 영감과 순간의 묘미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은 아마도 동양춤이 서양춤과는 다른 내용과 체계를 지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오노〓부토 의상을 입는다는 것 자체가 곧 ‘우주를 입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춤추는 자는 자신이 소우주의 중심이 되어 우주의 힘을 몸 속에 끌어 당깁니다. 그러므로 부토춤은 곧 우주, 그 자체입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한국 춤 역시 우주의 이치와 원리를 근거로 하고 있기에 저의 춤과 매우 유사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김〓그러한 공통점은 누가 누구를 모방하고 따라했다기 보다는 문화적 근원이 같아 공통점이 발견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 춤도 근본 원리는 동양철학의 기본을 따르고 있습니다. 서 있는 자세부터 양손을 움직이는 것은 물론 숨쉬는 호흡 하나하나가 동양 철학에서 말하고 있는 만물의 원리와 같습니다. 한국 춤도 움직임 속에 삼라만상을 안고, 발 디딤새 하나에 천지가 있고 손 놀림 하나에 세상을 아우룰 수가 있습니다.
다카키〓내가 만든 ‘춘향전’이나 ‘물의 왈츠’는 한국적인 소재와 주제가 담긴 작품입니다. 작곡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한국을 염두에 두고 작업해 관심과 애정이 절로 생겨나더군요. 특히 이번 무대는 ‘우주’라는 거대 화두를 춤으로 푸는 작업이어서 의미있고 적합한 만남이었습니다.
김〓서구적 논리와 사고와는 다른 동양의 예술, 그중에서도 춤은 무척이나 신비롭고도 심오한 예술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럼 점에서 ‘일본적인 현대 춤’ 부토는 서양인들의 그러한 갈증을 어느 저도 충족시켜 준 작업으로 평가하고 싶은데요.
오노〓세계 각국에서 활발하게 벌여온 김매자선생의 창무회 활동도 그러한 맥락에서 나의 춤과 같습니다.
이들은 2002년 월드컵 대회 개최에 맞춰 일본측에서 추진중인 다카키가 작곡한 ‘춘향전’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김매자는 이 작품의 안무를 맡을 예정.
<정리〓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