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의 멤버도 아닌 한국의 특파원이 일본기자의 질문공세를 받은 것은 한국에도 일본처럼 미군기지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들은 “미군기지 반대운동에 대해서도 기사를 쓰나” “쓰면 어떤 면에 초점을 맞추나” “오키나와의 반(反)기지운동이 한국독자들에게도 흥미가 있나” “한국의 반기지운동과 무엇이 다른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반대운동을 지역이기주의라고 나무랄 수도 없다. 일본 국토의 1%도 안되는 땅에 주일미군기지의 75%가 몰려 있다. 2차세계대전 막바지에 미군의 공격으로 10만명 이상의 주민이 희생당한 것도 원인이다.
23일 G8정상회의가 끝난 직후 이나미네 게이치(稻嶺惠一) 오키나와지사는 “대성공이었다. 오키나와가 알리고 싶은 많은 것들을 세계에 전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제3자의 눈으로 보면 달라진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21일 ‘평화의 비’ 앞에서 “오키나와는 아시아안보의 사활이 걸려 있을 만큼 중요하다”며 주민들이 안고 있는 부담에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그리고 기지의 정리 축소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단서가 붙어 있다. 일본정부와 이미 합의한 기지정리종합계획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이는 주민들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주민들에게 고개를 숙인 듯 했던 클린턴 대통령은 22일 밤 오키나와 주둔 미군들 앞에서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는 “여러분들이 주둔한 이후 아시아지역에서는 한 건의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자부심을 갖고 근무해 달라”고 격려했다.
일본 정부도 기지 축소에는 소극적이다. 미군에 국가안보를 맡긴 상황에서 기지 축소는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멀리 떨어진 오키나와의 목소리는 중앙 정계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오키나와 주민들은 중앙정부에 별로 기대를 하지 않는다.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심규원특파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