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도시 마이카 붐

  • 입력 2000년 7월 25일 18시 50분


거대한 자전거 행렬은 중국 베이징(北京)을 상징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최근 2∼3년 새 자동차 대열이 자전거를 대체하게 됐다. 중국의 대도시에 ‘마이카 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순환로인 ‘3환(環)’로는 출퇴근 시간이면 차로 가득하다. 구(舊) 베이징 성벽을 헐어만든 ‘2환’로 차량 평균시속은 10km도 안된다. 징순(北京―順義)로 등 베이징 외곽으로 향하는 도로는 주말이면 나들이를 떠나는 승용차로 메워진다.

▼거대한 자전거 행렬 대체▼

베이징시내 음식점 주인 치훙(齊鴻·38)은 올 봄 승용차를 샀다. 1500cc급으로 세금 등을 포함해 17만위안(약 2100만원)이 들었다. 부식 구입시에도 가끔 쓰지만 주로 나들이용이다. 베이징 중앙음악대 강사인 추이웨이(崔瑋.27)는 어떤 차를 살까 고민 중이다. 피아노 과외교습 때 쓰기 위해서다. 동료들이 차를 속속 장만하고 있어 맘이 급하다.

지난해 말 중국의 승용차 보급률은 100호당 0.7대. 대도시는 훨씬 자동차 보급이 빠르다. 베이징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 평균 보급률은 3.5대 수준. 베이징 외곽 차오양구의 아파트가 밀집한 화자디는 밤이면 아파트단지가 주차장으로 변한다. 이 때문에 베이징시는 최근 아파트 지하주차장 건설을 의무화했다.

90년 중국의 연간 승용차 생산대수는 4만대였으나 95년 30만대를 돌파한 후 해마다 10만대 가량이 늘고 있다. 99년에는 56만대가 생산됐다.

▼주말엔 나들이車 가득▼

자동차사의 치열한 판촉전도 마이카붐을 부채질하고 있다. 97년 상하이시 정부와 합작회사 형태로 중국에 진출한 미국 제너널모터스(GM)사는 4월 양산체제에 들어갔으며 5월이래 일일판매량이 배로 늘었다. GM은 차량 가격 인하와 소형차시장 공략을 계획하고 있다. 가격인하에 따라 ‘뷰익’은 30만∼35만위안(3660만∼4270만원)에 살 수 있다. 광시(廣西)성에 소형승용차 생산라인도 세울 예정이다. GM의 올해 매출목표는 60억위안(약 8400억원). 이 중 순이익은 10%선인 6억위안으로 예상된다.

가격인하는 없다고 공언했던 폴크스바겐도 어쩔 수 없이 값을 낮추었다. 폴크스바겐과 상하이시의 합작회사인 ‘상하이 폴크스바겐’은 1800∼2000cc급 중형승용차로 지난해 23만대를 파는 등 시장을 석권했다. 중국 브랜드인 창춘(長春) 제1자동차의 ‘훙치(紅旗)’도 최근 새 모델을 선보였다. 광저우(廣州) 혼다(本田)도 ‘아코드’ 모델로 싸움에 끼어들었다.

소형시장 경쟁도 뜨겁다. 프랑스의 시트로엥은 98년 1200∼1500cc급 승용차 가격을 10% 인하했다. 대표적인 중국 고유차종인 ‘푸캉(富康)’은 최근 구입자에게 5000위안(약 61만원) 상당의 선물을 주기로 했다. 1년치 차량보험료와 번호판 수속 수수료를 부담키로 한 것.

올들어 톈진(天津)에서 완성차 조립라인을 허락받은 도요타(豊田)의 공세도 거세다. 난징(南京)의 지리(吉利)는 월급생활자를 겨냥해 4만위안(약 560만원) 이하 차를 내놨다.

▼버스전용차로제 도입▼

베이징시는 마이카 붐에 따라 2년 전 서울을 본떠 ‘버스전용차로제’를 도입하고 올들어서는 보행자가 많은 곳에 시민 질서 계도요원을 배치하는 등 자동차문화를 정착시키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난폭운전 무단횡단 끼어들기 신호체제 미비 등 과제가 많아 중국 대도시의 가슴앓이는 클 것 같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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