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건설 프로젝트 사기' 판쳐

  • 입력 2000년 7월 25일 19시 09분


국내 몇몇 중소건설업체와 자재업체들은 최근 필리핀에서 사업을 한다는 윤모씨로부터 귀가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마닐라 인근 라구나 민다나오 등지에서 수만 가구의 서민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을 수주할 예정이니 참여하라는 얘기였다.

윤씨는 업체 대표들을 필리핀으로 불러 주지사와 국회의원 등을 소개시켜주는가 하면 필리핀 대통령 친인척과의 친분까지 과시했다. 이렇게 해서 신뢰를 얻자 윤씨는 현지법인 설립과 업무추진에 필요하다며 3000만∼2억원을 며칠 내로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업체는 사업기회를 놓칠 수 없어 급히 자금을 마련해 입금했다. 그러나 윤씨의 사업계획은 완전히 거짓으로 드러났다.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은 25일 최근 필리핀에서 이 같은 '프로젝트 사기’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고 통상교섭본부를 통해 알려왔다. 사기는 주로 대형건물 건설이나 신도시개발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내놓고 필리핀 유력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송모씨는 클라크에 카지노 호텔을 건설한다면서 한국의 투자자와 중소건설업체를 불러들였다. 엉성한 건설현장을 보여준 그는 유력자와의 면담을 알선한 뒤 공사에 참여하라고 하면서 장비와 자재 선적을 요구했다. 그러나 장비와 자재를 받고 나서는 이를 빼돌려 팔고 온갖 이유를 대면서 대금지급을 기피하고 있다.

또 다른 한국인은 마닐라공항 인근에 6000만달러를 투자해 호텔을 건립한다고 선전, 국내 업체들을 불러 5월에 기공식까지 가졌다. 그는 사업추진비 등의 명목으로 업체로부터 수천만원씩을 받아 챙겼다. 한국대사관의 조사에 따르면 이 사업은 수익성이 없는 데다 토지에 관한 권리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

대사관측은 “사기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상담에 응하기 전에 건교부 해외건설과나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건설교통관에게 문의하라”고 당부했다. 문의는 필리핀 전화 632―811―6139,6142, E메일 korea66@globe.com.ph.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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