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 2000]공화당 전당대회 31일 개막

  • 입력 2000년 7월 30일 19시 03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를 공식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31일 필라델피아 퍼스트 유니온 센터에서 개막해 다음달 3일까지 계속된다.

미국 정당정치의 대표적 축제인 전당대회에 참석키 위해 대의원 2066명과 보도진 1만5000명, 자원봉사자 1만여명 등 4만5000여명이 속속 필라델피아로 집결하고 있다.

공화당은 정강 초안을 마련하는 등 개회 준비에 마지막 정성을 쏟았다.

토미 톰슨 위스콘신 주지사가 이끄는 정강위원회(위원 107명)는 28일부터 96년 전당대회 때의 정강을 ‘21세기 개막’이라는 시대 변화에 맞게 손질했다.

31일 선보일 새 정강은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의 비전을 반영, 강경 보수적 색채를 엷게 희석해 ‘온정적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를 지향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공화당은 4년 전 불법이민자의 자녀들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제기했던 헌법수정 주장을 철회하고 대신“이민자들의 나라로서 미국은 새로운 합법적 이민자들을 환영한다”는 내용을 정강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또 영어를 미국의 ‘공식 언어’로 규정할 것을 요구했던 것도 삭제하고 “미국의 단합을 보여주는 상징의 하나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영어”라는 표현으로 대체할 예정.

공화당은 행정조직 간소화를 위해 교육부 상무부 등을 폐지하자던 주장을 정강에서 빼고 교육 환경 분야에 대한 연방정부의 예산 지원 확대를 요구키로 했다.

이와 함께 동성애자들에 대해서는 기존의 완강한 반대방침을 바꿔 “동성애자들은 군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선으로 당의 입장을 완화하는 반면 낙태 문제에 대해선 여성들이 성폭력을 당한 경우라도 전혀 예외를 인정치 않고 반대한다는 종전 입장을 재천명할 방침이다.

공화당은 가정의 전통적 가치와 태아의 생명을 존중하는 판사의 임명도 요구하고 있다.

외교안보면에선 핵 균형에 의한 전쟁억제 정책을 파기,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의 수를 대폭 감축하는 대신에 견고한 미사일방어체제(NMD) 구축을 주장할 방침.

즉 미국이 72년 러시아와 체결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의 개정협상을 벌이되 러시아가 거부할 경우 협정에서 탈퇴해 국가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을 추진하도록 권고한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스페인계를 포함한 소수계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정강 완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낙태에 대한 완강한 반대입장은 여성계의 반발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필라델피아〓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전당대회 이모저모▼

○…부시 주지사의 러닝 메이트로 결정된 딕 체니 전 국방장관은 연방하원 시절인 8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권지도자 넬슨 만델라에 대한 석방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사실이 밝혀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체니는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해제하는 최선의 방안이 과연 경제제재인지에 대한 시각차로 인해 반대표를 행사했다”고 해명했으나 공격이 계속될 듯.

민주당은 “당시 결의안에선 경제제재 문제가 쟁점이 아니었다”고 반박하며 흑인 유권자들을 상대로 체니의 전력을 부각시킬 방침.

체니는 석유회사인 홀리버튼의 회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감축을 지지하고 리비아 이란 등에 대한 미국의 제재 해제를 요구한 전력 때문에 이미 구설수에 올랐다.

○…이번 전당대회에는 영화배우 브루스 윌리스와 지난해 미스 미국 니콜 존슨,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미식축구팀의 전설적인 쿼터백이었던 스티브 영 등 대중 스타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 앤디 카드 전당대회 공동의장은 “이번 대회는 역사적일 뿐만 아니라 무척 흥미진진할 것”이라며 “참석자들은 다음엔 무슨 행사가 있을지 궁금해 자리를 뜨지 못할 것”이라고 호언.

○…전당대회가 열리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는 ‘미국의 탄생지’라고 일컬어지는 유서 깊은 도시로 공화당 전당대회가 개최된 것은 이번이 6번째.

필라델피아는 1856년 최초의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1900년의 20세기 첫 전당대회와 1948년 미 역사상 처음으로 TV 중계를 한 전당대회를 치른 기록을 보유.

그동안 필라델피아에서 치러진 5차례의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4명이 선거에서 승리해 백악관에 입성.

<필라델피아〓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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