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군 개혁안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미래의 러시아군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지의 군사전문기자인 블라디미르 무힌은 최근 “푸틴이 총참모본부 국방부 대통령행정실 등에서 올린 군 개혁안을 검토 중이며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주간지 블라스티 최신호도 곧 안보회의(CB)에서 군 개혁안이 최종확정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작고 정예화된 군’을 만든다는 목표 아래 △조직개편 △병력 감축 △전략 핵전력 감축 △해군력 강화 △국방비 증액 등으로 나누어 군 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다.
조직개편안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전략미사일군(SMF)을 공군에 통합시켜 육해공군의 3군체제로 가느냐 여부. 러시아군은 97년에도 대공(對空)방어군을 공군에 편입시키고 우주군을 SMF에 통합시킨 바 있다.
SMF의 저항이 만만치 않으나 어떤 경우에든 전략 핵전력을 감축하고 대신 재래식 전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할 것이라고 군사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쓸데없이 비대하기만 한 러시아군의 덩치도 크게 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30만∼40만명의 병력이 감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푸틴은 1일 10명의 고위장성을 전격 해임해 ‘군살빼기’를 시작했다.
러시아군은 또 탈냉전시대를 맞아 주로 국지전에 대비하는 체제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은 “군의 주요 임무는 대(對)테러작전이나 내전으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체 병력 감축 계획에도 불구하고 공수부대 병력을 내년말까지 현재의 4만명에서 4만5000명으로 증원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통적인 대륙국가로 육군을 중요시했던 러시아가 해군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러시아 해군은 구소련 이후 처음으로 다시 지중해에 함대를 파견키로 했다.
러시아 군 개혁의 관건은 역시 돈이다. 현재 군은 600억루블(약 2조5600억원)의 부채를 지고 있고 병사들을 먹이고 입히는 데 급급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확충하는 것을 최소한의 생존조건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군 개혁의 성패는 푸틴정부의 10개년 경제계획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