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백화점 도산 충격파, 日 주가 환율 금리 '빨간불'

  • 입력 2000년 8월 1일 18시 46분


일본의 주가 환율 금리 등 금융시장이 극히 불안하다. 소고백화점 도산에서 비롯된 금융정책에 대한 불신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 올들어 회복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일본 경기가 또다시 어두운 터널로 접어들게 될지, 세계 투자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가―엔화가치―금리 동시하락〓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소고백화점 도산 직전인 지난달 11일 17,504엔에서 31일 15,727엔으로 20일만에 1,777엔(10.2%)이나 떨어졌다. 올들어 본격 회복되기 시작한 닛케이주가는 올 4월12일 20,833엔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급격히 하락, 작년초 수준으로 되돌아 간 것. 1일 닛케이주가는 전날 미국 나스닥주가 급등의 영향으로 372.18엔(2.37%) 오른 16,099.67엔으로 회복됐으나 기술적 반등이라는 시각이 많다.

도쿄외환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이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엔화환율이 소고백화점 도산이전 달러당 106.93엔에서 1일 109.5엔 전후로 급격히 올라 엔화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또 금융시장에서도 장기금리(10년만기 국채기준)가 1.765%에서 1.68%로 떨어졌으며 단기금리(1개월물)도 0.18%에서 0.13%로 내려앉았다.

▽금융정책 신뢰상실이 원인〓금융구조조정 총책을 맡고 있는 금융재생위원회의 결정이 자주 번복되는가 하면 지난달 30일에는 신임위원장이 취임 한달도 안돼 수뢰의혹으로 물러나는 등 신뢰를 잃었다.

금융재생위원회는 소고백화점의 자력회생을 돕기 위해 970억엔의 정부채권을 포기하기로 했다가 여론에 밀려 도산처리로 방향을 바꾼데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일본채권신용은행을 소프트방크연합에 양도하기로 한 계약을 한달간 연기했다.

금융재생위원회와 소프트방크연합측은 추가 발생하는 부실채권은 정부가 책임지기로 계약했으나 야당 등이 이의를 제기하자 재검토하기로 한 것.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는 “일본 금융당국은 계약서에서 결정한 것도 다시 번복해 믿을 수 없다. 당분간 확실한 금융구조조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장기화땐 경기혼미 불가피〓금융시장에서는 ‘금융행정의 무대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임시국회에서 일본채권신용은행의 양도나 금융기관의 불량채권처리문제 등에 대한 명확한 방침이 나오지 않으면 주가폭락이 이어져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공포감이 퍼지고 있는 것.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경제기획청장관은 1일 “소고문제를 발단으로 주식시장이 불안해졌다. 경계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정책운용시 시장의 시그널에 민감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일본은행은 당초 일본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는 판단아래 줄곧 제로금리정책의 해제를 추진해왔으나 지난달 소고 도산 이후 증시침체로 한차례 연기했으며 11일 예정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또다시 연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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