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경 로라 여사가 기립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오르자 금속 테이프와 청 백 홍의 3색 색종이가 휘날리면서 ‘로라, 로라’를 외치는 대의원들의 환호로 장내는 달아올랐다.
이날 로라 여사는 20여분간 다소 수줍은 듯하면서도 재치있게, 때로는 유머를 섞어 가며 ‘아내만이 알 수 있는 남편에 관한 내밀한 얘기’를 털어놓아 좌중을 압도.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남편이 약속하는 바람에 결혼했다고 밝힌 그녀는 “미국은 애정과 가치관 그리고 세계적인 지도력을 지닌 대통령을 원하고 있으며 부시는 그런 꿈을 충족시킬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교사 출신인 로라 여사는 “남편이 교육과 교사 문제를 잘 모르고 있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으나 사실은 밤마다 교사와 함께 지낸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그녀가 스캔들이 잦았던 클린턴 행정부를 겨냥, “(남편을 찾아온 사람들이)‘내 자식과 손자들이 미국 대통령을 존경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고 소개하자 청중들은 기립박수로 화답.
로라 여사는 또 힐러리 여사를 빗대어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정치적인 역할을 지양할 것이라면서 “교사경험을 살려 소외 아동의 교육기회 확대 등에 힘쓰겠다”고 약속.
그녀는 “어느날 남편이 증조 할아버지가 되길 희망하며 또한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77년 부시 주지사와 결혼한 로라 여사는 도서관 사서와 교사로 활동해왔으며 여유있고 재치있는 연설로 ‘미래의 영부인’으로서 이날 인기를 독차지.
○…서부 텍사스의 소도시 미드웨스트 출신인 로라는 31세 때까지 별다른 이성교제없이 지내다 친구의 바비큐 파티에서 부시를 만나 3개월만에 결혼에 골인.
로라는 텍사스 남감리교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텍사스대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한 뒤 초등학교 사서로 일하던 중 유망한 석유사업가였던 부시의 끈질긴 구애로 화촉을 밝히게 됐다는 것.
부시의 선거캠프에서는 ‘치어리더 티퍼’라는 애칭이 따라 다니는 앨 고어 부통령의 부인 티퍼 여사와 아예 정치판에 나선 힐러리 여사와는 대조적으로 ‘조용한 내조’를 하는 로라가 선거전에서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
○…부시 주지사는 오하이오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부인의 연설을 TV로 지켜 본 뒤 화상연설을 통해 “우리 집안에서 가장 훌륭한 연사의 연설을 들었다”고 화답. 그는 부인이 단상에 오르는 모습이 나타나자 “멋지다”며 탄성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녀의 연설이 끝나자 부시 주지사는 다시 화상연설로 “당신에 대한 공약을 지키지 못하고 첫 날 연설을 맡겨 미안하다”고 사과해 대회장은 또 한바탕 웃음바다를 이뤘다.
이에 앞서 로라 여사는 연단에 오르면서 귀빈석에 두 쌍둥이 딸과 함께 앉아 있던 시부모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부인 바버라 여사를 소개, 화목한 가족애를 연출.
○…마지막 연사로 나선 파월 합참의장은 이날 ‘미국의 약속―청년을 위한 동맹’ 회장 자격으로 나와 어린이들을 위한 보건환경개선과 교육문제에 관해 주로 초점을 맞췄다.
그는 “학생들이 문제가 있다고 말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그들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하는 어른들에게 있다”고 말하는 등 열정적인 연설로 청중을 사로잡아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CNN ABC CBS 등 주요 TV 방송사들은 대회장 2층에 화려한 방송 부스를 설치하고 많은 첨단 장비와 인력을 투입한 반면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신문매체들은 행사장 밖에 ‘미니 편집국’을 방불케 하는 취재본부를 차려 영상매체에 맞서는 등 신구 매체간에 각축전을 벌이기도.
그러나 그래스루츠닷컴(www.grassroots.com)과 보터닷컴(www.voter.com) 등 10여개의 인터넷 웹 사이트들은 첨단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로 무장한 e저널리스트들을 대회장 곳곳에 포진시켜 네티즌들의 인기를 독점.
<필라델피아〓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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