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A협상 첫날]미군피의자 권익보호 최대쟁점

  • 입력 2000년 8월 2일 18시 28분


2일 오전 정부중앙청사 회의실에서 시작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협상에서 한미 양측은 “SOFA를 바꿀 때가 됐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그러나 미군 피의자의 권익보호장치와 환경조항 신설에 따른 비용처리 등 구체적 사항을 놓고 의견대립을 보였다.

○…오전 9시45분경 협상테이블에 앉은 정부대표 송민순(宋旻淳)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은 미국측 대표인 프레드릭 스미스 미 국방부 아태담당부차관보에게 “지금은 딱딱한 의자에 앉았지만 다음엔 ‘편안한 소파(sofa)’에서 얘기할 수 있도록 하자”며 ‘개정의지’를 빗대어 표현. 이에 대해 스미스대표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청와대와 경복궁 등을 가리키며 “경관이 좋다(nice view)”고 가볍게 받았는데, 이를 두고 정부관계자들 사이에는 “협상 전망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긍정론과 “딴청을 부린 것일 뿐”이라는 신중론이 함께 나왔다.

○…협상은 이례적으로 통역을 둬 예정됐던 의제 논의 순서가 자주 늦어졌는데 우리측 대표단은 “미국측 얘기를 관련부처 관계자들이 모두 우리말로 알아듣고 숙의할 시간을 벌 수 있어 나쁘지 않다”고 언급.

형사재판권문제에 대해서는 양측의 모두(冒頭)발언과 협상안에 대한 설명을 오전중에 듣고 마치기로 했으나 통역 때문에 시간이 길어졌다. 이에 따라 양측 대표단 26명은 서울 삼청동 모 식당에서 점심을 같이하며 협상을 계속했으며 오후 7시경 첫날 협상을 마친 뒤 미국측 주최로 서울 용산기지에서 열린 만찬에서도 비공식 논의를 계속. 외교부 당국자는 “논의할 내용만 300쪽에 달한다”고 소개.

○…이날 협상에서는 그동안 SOFA와 한미 미사일협상 등을 도맡아 대미(對美)협상의 전문가로 통하는 송국장의 날카로운 진행솜씨에 미국측이 “과연 소문대로다”라며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

협상 관계자는 “송국장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차분히 얘기하다가도 미국측이 ‘실수’를 하면 놓치지 않고 순간적으로 정색을 하면서 ‘그 말은 적절치 않으니 재고하라’고 따져 미국측 대표단의 얼굴이 몇 차례 일그러졌다”고 말했다. 한편 송국장은 협상후 타결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대답.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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