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현대인류의 직접적 조상이 되는 ‘호모 사피언스(Homo sapience)’가 아프리카의 ‘이브(Eve)’라는 가설적 존재에 기원한다고 믿고 있다. 인간은 10만년 전 아프리카의 한 조상으로부터 지구 전체로 퍼져나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월포프 같은 학자들은 현대인류가 유일한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것이 아니라 고대인류가 이동하며 유전자가 끊임없이 뒤섞이면서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월포프는 ‘WLH50’라는 1만5000년 된 인간의 두개골을 그 증거로 제시한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1982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굴된 이 두개골을 자바의 직립 원인(Homo erectus) 및 아프리카 원인의 두개골과 비교한 결과, 경사진 이마나 정수리 등의 모양이나 크기를 보면 WLH50이 아프리카 원인보다는 자바 직립원인의 두개골과 더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론도 적지 않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인간기원 전문가인 크리스 스트링어는 여전히 이브설을 선호한다. WLH50은 그 크기 때문에 언뜻 자바 직립원인과 비슷하게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인류의 기원은 아직도 인류의 미래보다 더 오리무중이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