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와 부통령 후보인 딕 체니 전국방부장관은 흔히 ‘WASP(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로 불리는 미국 사회의 기득권층을 대변한다.
부시 주지사는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텍사스 주지사로 정계에 입문했다.
체니 전장관은 30대에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관계(官界)에서 승승장구하다 장관에서 물러난 뒤 한 석유회사의 최고경영자로서 성공했다. 두 사람 다 상류사회 출신인 탓에 공화당이 ‘온정적 보수주의’를 새로 표방하며 전례 없이 소수계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색인종과 저소득층의 반응은 미지근한 편.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은 부시 주지사처럼 가문과 학벌이 모두 명문이지만 지향하는 바는 전혀 딴판이다. 그는 “권력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봉사하겠다”며 자신이 ‘힘없는 사람들의 편’이라고 주장한다. 부통령 후보인 조지프 리버맨 상원의원은 비교적 평범한 유대인 가정 출신으로 귀족성향이 강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민적인 체취를 많이 풍긴다. 그는 평소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않는 소신파로 정치인답지 않은 면모로도 정평이 나있다.
한편 부시 주지사는 그다지 지적인 인상은 주지 않지만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화력이 뛰어나고 인간적인 매력도 큰 반면 고어 부통령은 논리 정연한 학자풍이지만 워낙 깔끔한 이미지 때문인지 사람을 끄는 힘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
통치능력 면에서 볼 때 고어 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으로서 후한 점수를 받고 있으나 텍사스주의 행정을 맡은 것 외엔 지도자로서의 능력이 검증된 게 없는 부시 주지사에겐 늘 물음표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또 체니 전장관은 점잖고 신중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리버맨 의원은 유쾌한 성격. 리버맨 의원은 고어 부통령으로부터 러닝메이트 제의를 받기 전인 7일 오전 한 노조모임 연설에서 “혹시 고어 부통령에게 전화가 오면 바꿔달라”는 유머를 던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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