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러시아 전역이 폭탄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8일 저녁 퇴근 인파로 붐비던 모스크바 중심가의 지하철역 지하도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숨진 사람은 현재 7명이나 부상자 93명 가운데 15명이 중상이어서 사망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사상자 대부분은 지하상가의 점원 등 여성이다.
러시아인들은 지난해 8∼9월 모스크바 등지에서 잇단 폭탄 테러로 300여명이 숨진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 현장이 러시아 권력의 상징인 크렘린궁에서 걸어서 4∼5분이면 닿는 곳이어서 모스크바 시민들은 더욱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폭탄 테러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연방보안국(FSB)과 내무 당국은 9일 체첸인 1명과 다게스탄인 1명을 용의자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폭발 직전 지하도의 판매대 옆에 폭발물을 두고 간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당국은 400∼1500g의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직후 투입된 경찰은 사고현장 부근에서 또 다른 폭발물을 찾아내 제거했다.
폭발 사고 원인과 관련해 유리 루슈코프 모스크바 시장은 체첸 저항군의 테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점령군에 맞서 저항군을 지휘하고 있는 아슬란 마스하도프 체첸 대통령은 8일 사건 발생 후 AFP통신과 가진 긴급회견에서 “우리와 전혀 관련 없다”고 부인했다.
이날 체첸 사마쉬키 마을에서도 원격조종 지뢰가 터져 차량에 탑승한 채 이동 중이던 러시아군 2명이 죽고 6일에도 체첸 인근 다게스탄공화국 하사뷰르트 중심가에서 폭탄이 터져 자동차 승객 2명이 죽는 사건이 잇달아 체첸 저항군의 테러 가능성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러시아 보안당국은 최근 체첸 독립기념일(6일)을 전후해 전국적으로 테러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 사건 직후 경찰은 모스크바 일대에 비상경계를 펴고 있으며 다른 주요 도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것에 대비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94년 1차 체첸전 당시의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당시 체첸 저항세력은 체첸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인에게 무차별 테러를 가해 러시아군이 체첸 점령지에서 철수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번 사건으로 체첸사태는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사건 직후 실시한 긴급여론 조사에서 63%의 모스크바 시민이 ‘체첸 저항군 소행’이라고 응답, 사건의 진상과 무관하게 체첸인에 대한 악감정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러시아 폭탄 테러 일지 | ||
날짜 | 발생 장소 | 희생자 |
1999.8.31 |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 지하 쇼핑몰에서 폭탄 폭발 | 1명 사망 40명 부상 |
1999.9. 4 | 체첸 인근 다게스탄공화국 부이낙스크 군인아파트에서 폭탄 실은 차량 폭발 | 60여명 사망 |
1999.9. 9 | 모스크바 동남부 아파트에서 폭탄 폭발 | 94명 사망 200명 부상 |
1999.9.13 | 모스크바 남부 아파트에서 폭탄 폭발 | 118명 사망 |
1999.9.16 | 러시아 남부 볼고돈스크에서 폭탄 실은 트럭이 아파트 근처에서 폭발 | 17명 사망 |
2000.8. 6 | 다게스탄 하사뷰르트에서 원격 지뢰 폭발 | 2명 사망 3명 부상 |
2000.8. 8 | 모스크바 중심가 지하도에서 폭탄 폭발 | 8명 사망 60여명 부상 |
▼스페인▼
스페인에서 바스크 분리주의자의 소행으로 보이는 차량폭탄테러가 8일 잇따라 발생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날 수도 마드리드의 북쪽 주택가에 주차돼 있던 차량이 폭발해 6명이 부상했다. 또 바스크지방의 수마이아에서도 차량폭탄테러가 발생해 바스크 분리운동을 비판해온 기업가 호세 마리아 코르타(52)가 사망했다.
이에 앞서 7일에는 스페인 북부 빌바오에서 바스크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무장조직인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 특공대 사령관을 포함한 4명이 차량 폭발사고로 숨졌다.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은 지난해 11월말 스페인 정부와의 휴전 약속 14개월 만에 휴전을 중지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스페인 곳곳에서는 테러 사건이 이어졌다. 스페인 정부는 1월 마드리드에서 110만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평화 촉구 시위를 벌였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