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대통령취임식에도 고르바초프를 초청했던 푸틴은 이날 고르바초프를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하며 정중히 모셨고 여러 현안에 대해서 자문했다. 고르바초프는 면담이 끝난 후 “푸틴 집권으로 러시아의 모든 상황이 눈에 띄게 나아졌으며 푸틴 정부가 권위주의적이라는 서방의 우려는 기우”라며 푸틴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르바초프는 재직 중의 실수담을 소개하면서 푸틴에게 여러 가지 충고를 했는데 특히 푸틴이 추진중인 고스소베트(국가소비에트) 부활을 적극 지지하며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등 몇몇 지도자들이 모인 고스소베트에서 국가의 주요 정책을 모두 결정하겠다는 푸틴의 의도는 서방과 야당으로부터 “구소련 체제를 연상시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고르바초프가 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 다변으로 유명한 고르바초프는 이날도 평소 소신대로 “러시아가 사회민주주의로 가야한다”고 주장했지만 푸틴은 듣기만 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와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사이는 여전히 나빠 두 사람은 거의 만나지도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