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0여 민주당 대의원의 절반이 여성인데다 주요 연사들 가운데도 여성이 많기 때문. 그러다 보니 전당대회장의 분위기도 돈 많은 백인 남성 위주로 진행됐던 공화당의 필라델피아 전당대회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밝고 화사하다.
13일 오후 대회장소인 스테이플스 센터 입구 검문소엔 개막행사 리허설에 참석하는 수십명의 여성들이 소지품을 검색받는 동안에도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악보를 손에 든 채 줄지어 서 있었다.이들은 뜨거운 땡볕 아래 장시간 동안 차례를 기다리며 웃음을 터뜨리는 여유를 보였다.
그 옆에서 대회장 출입 비표 문제로 검문 경찰과 1시간 넘게 실랑이를 벌이던 남성 보도진과는 대조를 이뤄 눈길을 끌었다.
보도진은 뒤늦게 연락을 받고 온 전당대회 ‘여성’ 공보관의 중재로 겨우 행사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여성연사 쌍두마차는 역시 빌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여사와 17일 대통령 후보수락 연설을 할 앨 고어 부통령의 부인 티퍼 여사.
11월 뉴욕주 연방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힐러리 여사는 14일 저녁(한국시간 15일 오전) 다른 여성 상원의원 및 후보들과 함께 연단에 올라 ‘보통 미국인’에 관해 연설할 예정.
그러나 뛰어난 변호사로 명성을 쌓았고, 역대 대통령 부인 중에서 최초로 공직선거에 나설만큼 야심만만한 그녀는 사실 미국의 보통여성들보다는 성취욕이 훨씬 강한 편이다.
티퍼 여사는 대학 시절 치어리더를 했고 졸업한 뒤 신문사 사진기자를 했을 만큼 활동적이지만 가족끼리의 사생활을 상당히 중시하는 가정적인 면도 있다. 그녀는 정신장애인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각종 유세에서 남편을 청중들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맡아온 그녀는 대회 마지막날인 17일 밤에도 남편을 대의원들에게 소개할 예정.
15일 저녁에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로 좀처럼 공식 석상에 등장하기를 꺼린 캐롤라인(42)이 연단에 올라 고어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게 된다. 60년 로스앤젤레스 전당대회 때 케네디 상원의원이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뒤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대선가도를 질주하고 싶어 하는 고어 부통령에게 그녀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비장의 카드’인 셈.
또 16일 저녁엔 고어 부통령의 딸로 선거참모 역할을 하고 있는 카레나 시프(26)가 연설에 나선다. 그녀는 젊은 유권자들을 공략하는 일과 함께 고어 부통령의 패션이나 분장 등 아버지의 이미지 메이킹에 관해서도 적극적으로 조언을 하는 핵심참모. 고어 부통령이 독자 노선을 걷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선거운동 본부를 워싱턴 D.C.에서 그의 고향인 테네시주로 옮긴 것도 그녀의 아이디어일 정도.
이밖에 낙태옹호 단체인 ‘전국낙태 및 출산권리’의 케이트 미셸먼 회장과 인권운동 단체인 ‘인권 캠페인’의 엘리자베스 버치 회장 등 전당대회 기간 중 목청을 높일 시민단체 대표들 중에도 여성들이 많다.
이처럼 우먼 파워가 거센 것은 민주당이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는 정당이기 때문. 따라서 민주당이 신경을 쓰는 공약들도 주로 교육 의료 환경 등 여성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분야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이처럼 여성들에게 신경을 쓰는 것일까. 민주당 사람들은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므로 이는 당연한 일이지 특별히 여성들을 우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로스앤젤레스〓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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