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에선/LA]LA에 '코리아타운'이 없다?

  • 입력 2000년 8월 14일 18시 28분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의 올림픽 가와 윌셔 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코리아 타운’은 규모 면에선 로스앤젤레스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손꼽히는 대규모 마이너리티(소수계) 밀집 지역이다.

한국이 어렵던 시절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태평양을 건너 온 수많은 교민들은 고달픈 땀과 눈물을 흘리며 나름대로 힘을 합쳐 이역만리 이 곳에서 새로운 삶의 기반을 일궜다.

서울 거리를 뺨칠 만큼 한글 간판이 즐비하고 한국말만 사용해도 별다른 불편함이 없는 코리아 타운은 날로 뻗어가는 교포 사회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미국 민주당이 전당대회에 참석한 대의원과 보도진들에게 나줘준 로스앤젤레스 안내 책자에는 코리아 타운 이야기가 단 한마디도 없다.

이 책자에는 코리아타운 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차이나 타운과 일본인 거주지역인 ‘리틀 도쿄’는 로스앤젤레스의 명소로 장황하게 소개돼 있다.

하지만 정작 전당대회장소인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자동차로 불과 5분 거리의 코리아 타운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없이 쏙 빼먹어 버린 것이다.

이는 다른 로스앤젤레스 관광안내 책자를 살펴봐도 마찬가지. 도심 근처에 대규모 한인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지만 미국인들은 이를 로스앤젤레스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이색적인 명소로는 여기지 않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로스앤젤레스를 처음 방문하는 미국인들 가운데는 이곳에 코리아 타운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코리아 타운이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얼까. 한 미국인은 “차이나 타운이나 저팬 타운과는 달리 코리아 타운엔 낯선 한글 간판 외엔 한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이나 기념물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필라델피아 등 미국의 주요 도시에 있는 차이나 타운에 가면 입구에 화려한 중국식 문이 세워져 있고 각종 중국 물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늘어서 있어 눈요기만으로도 즐겁다. 저팬 타운에도 사원이나 탑 등 일본의 독특한 정취를 풍기는 많은 장식물들이 눈길을 끈다.

그들에 비해 코리아 타운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내세울 만한 별 특징이 없다. 미국인들에게 코리아 타운을 방문해 보라고 권유하려 해도 무엇을 추천해야 할지 마땅치 않아 망설여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대부분의 재미교포들은 먹고사는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한국을 알리고 홍보하는 일에도 우리 교민사회가 좀 더 힘과 슬기를 모았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가슴에 밀려왔다.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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