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는 1592년 임진왜란때 조선의 의병장 정문부(鄭文孚·1565∼1624)가 왜군을 물리친 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조선 숙종 때 함북 길주에 세워졌다. 일본군의 전리품은 보통 황거(皇居)에 보관된다. 하지만 일본측은 일본군의 패배를 기록한 이 비석을 황거에 들여놓기가 민망했던지 그동안 야스쿠니 신사의 외진 곳에 방치해 왔다. 비록 주변은 지저분했지만 그런대로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장소였다.
그런데 이 비석이 올해 2월 더 외진 곳으로 옮겨졌다. 나무가 울창해 낮에도 어둠침침한 본전 옆 숲 속으로 옮겨 버린 것. 이곳은 신사 내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이라 일반 관람객이 거의 찾지 않는다. 설령 비석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온 사람이라 해도 가까이서 볼 수 없다. 숲 둘레에 높은 철책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한국의 ‘북관대첩비 반환추진위원회’는 신사측으로부터 ‘비를 반환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나 아직 반환되지 않은 채 그대로다. 신사측 관계자는 이날 “남북한이 협의한 다음 외교 루트를 통해 일본 정부에 공식요청하면 반환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