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르윈스키 악몽' 되살아나나?

  • 입력 2000년 8월 18일 18시 38분


민주당 전당대회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명예로운 퇴장을 약속했던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르윈스키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모니카 르윈스키 백악관 인턴직원과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스캔들을 수사중인 로버트 레이 특별검사는 클린턴의 위증과 사법방해 행위에 대한 심리를 위해 지난달 11일 새 대배심을 구성했다고 뉴욕타임스지가 18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상원의 대통령 탄핵안 부결로 막을 내린 것 같던 ‘르윈스키 스캔들’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는 것을 뜻한다. 레이 특별검사는 클린턴 대통령의 퇴임 후 그를 기소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현한 것이다.

새 대배심은 클린턴이 폴라 존스 성추행 사건에 대한 증언(98년 1월17일)에서 르윈스키와의 성관계를 부인한 데 대한 증거를 비밀리에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케네스 스타 전특별검사의 자리를 이어받은 레이 검사가 클린턴에 대한 기소의지를 처음 내비친 건 올 4월. 당시 레이 검사는 워싱턴포스트지와의 회견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퇴임한 뒤 그를 위증과 사법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클린턴은 “퇴임 후 재임중의 일로 기소되더라도 후임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법정에 서야 할 일이 생기면 기꺼이 서겠다”고 맞받아 쳤다

17일 레이 검사가 새 대배심을 구성했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백악관과 민주당은 크게 분노했다. 앨 고어 부통령이 대통령 후보지명 수락 연설을 하기 불과 몇시간 전에 새 대배심 구성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제이크 시워트 백악관 대변인은 “한달이나 지난 구문(舊聞)의 누출 시기를 조절한 악취가 하늘을 찌른다”고 비난했다. 크리스 리언 민주당 선거본부 대변인은 “공화당은 과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고어 부통령은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공화당 선거본부측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겨냥했다.

그러나 법조계는 “대배심 구성은 수사의 한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레이 검사가 새 대배심을 구성했다고 해서 반드시 클린턴을 기소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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