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러시아 재건'을 내걸며 추진해온 군사력강화 정책이 말뿐이었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고는 군개혁정책의 주요목표 중 하나인 해군력강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위해 실시한 오랜만의 대규모 해상훈련 도중 발생해 푸틴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또 이 사건으로 러시아제 잠수함이 전투력은 뛰어나지만 승무원의 안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설계됐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 무기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잠수함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국민과 언론매체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오던 푸틴은 5월 취임 후 처음으로 따가운 여론의 화살을 받게됐다. 정부가 사고를 뒤늦게 공개한데다 사고 직후 서방국가의 구조지원 제의을 거절하고 독자적인 구조작업을 고집하다가 뒤늦게 영국과 노르웨이에 도움을 요청하는등 잘못을 저질렀다. 유력일간지 이즈베스티야는 17일 "크렘린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군사 기밀을 이유로 외부 지원을 거절해 118명의 승무원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모양이 되고 말았다"며 당국을 비난했다.
푸틴의 처신도 구설수에 올랐다. 흑해 연안의 소치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푸틴은 사고 후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16일에야 TV에 출연해 "사태가 심각하다"는 논평을 달랑 냈을 뿐이다. 수습 책임은 내각과 군당국에 미뤘다. 일간 코메르산트는 지난달 콩코드 여객기 추락사고때 쟈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휴가를 중단하고 직접 사태수습을 지휘한 점을 거론하며 푸틴의 안이한 대처를 비난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후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정치적 타격을 받았던 것처럼 이번 잠수함 침몰사고는 푸틴 정부에 큰 정치적 부담으로 남을 전망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