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전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요노(與野)시에 ‘안라쿠테이(安樂亭)’이란 이름의 ‘야키니쿠(燒肉:불고기)’ 전문점이 생겼다. 식탁은 네 개 뿐.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일본인은 야키니쿠를 한국인이 즐겨먹는 요리란 이유 만으로 깔보았다.
현재 이 가게는 도쿄(東京)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265개 점포(직영점 237개)를 거느린 일본 최대의 야키니쿠 체인점으로 성장했다. 야키니쿠는 이제 생선초밥, 햄버거와 함께 일본인이 즐겨찾는 3대 외식 메뉴에 들어간다.
재일교포가 생계를 잇기 위해 문을 열었던 ‘야키니쿠’집이 일본 내 손꼽히는 외식산업으로 성장하는데 큰 몫을 한 사람이 바로 안라쿠테이의 사장 유시기(柳時機·56)씨다.
1964년 도쿄이과대학을 중퇴하고 어머니가 시작한 야키니쿠집 경영에 뛰어들었다. 재일교포라 일본 회사에 취직도 어려웠지만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 ‘스카이락’이 당시 급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외식사업에 대한 야망이 불탔기 때문.
‘가게 하나로는 영세업종을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돈을 버는대로 직영점포를 늘려나갔다. 야키니쿠집은 체인점이 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나갔다. 때마침 도쿄올림픽 직후의 고도성장기를 맞아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78년에는 주식회사 형태로 바꾸었다.
그러나 재일교포였기에 설움도 많았다. 특히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웠다. 좋은 점포가 나와도 현금이 없어 점포를 잡을 수 없어 애태웠다. 어렵사리 30개 점포를 갖추게 된 85년에야 숨통이 트였다. 주재료인 쇠고기 수입을 대행해온 이토추(伊藤忠)상사와 자본제휴를 맺은 것을 계기로 신용도가 높아져 자금 조달이 손쉬워진 것이다.
“다점포화 전략의 가장 큰 이점은 저비용 고효율이었지요. 식자재를 대량으로 조달하며 계획적으로 점포를 운영하다보니 서민도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정도로 값을 낮출 수 있었습니다.”
91년 쇠고기 수입자유화로 가격이 대폭 낮아지면서 대중화가 진전됐다. 체인점 수는 92년 100개, 97년 200개를 넘어섰다. 야키니쿠업종 회사로는 처음으로 97년 주식을 상장해 사회적 신뢰도 얻었다.
가와구치(川口)시의 안라쿠테이 직영점은 대형 식탁 31개를 갖추고 있다. 체인점 중 최대규모. 매일 저녁 식당 입구에는 언제나 10여팀 안팎의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손님으로 붐빈다. 인기 비결은 단연 저렴한 가격. 소갈비 1인분(100g)이 380엔(약 3800원)으로 한국보다 싸다. 지난해 400엔에서 20엔 내렸다. 그러나 진짜 경쟁력은 맛과 서비스. 값을 내리더라도 각종 비용을 절감해 맛과 서비스의 질을 오히려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안라쿠테이는 ‘부담 없는 고급음식점’의 브랜드 이미지를 갖추게 됐다. 지난해 매출은 가격인하에도 불구하고 314억엔(직영점 301억엔)으로 전년도에 비해 17% 늘었으며 식자재매입 자회사 등 매출까지 합치면 500억엔에 육박한다.
일본내 외식업 회사중 매출순위는 44위, 경상이익 순위는 19위를 차지했다. 안라쿠테이가 눈부신 성공을 거두자 ‘야키니쿠야 사카이’ 등 일본기업도 속속 한국식 불고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아직 이것은 발전 과정에 불과할 뿐입니다.”
일본 최대의 불고기 체인점, 안라쿠테이의 꿈은 더욱 크다. 유사장은 2, 3년내 점포수를 500개로 늘리고 장기적으로 1000개까지 늘려 연간 매출을 1000억엔 이상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회가 생기면 한국에서도 사업을 펼치고 싶어했다. 한국 전통요리인 불고기 전문점을 맥도널드나 스카이락 등과 같은 세계적인 외식업체로 키우는 것이 안라쿠테이의 소망이다.
<사이타마〓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