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핵잠수함 참사를 계기로 푸틴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데….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것은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군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둘 다 문제다. 러시아 잠수함 훈련은 당초 강한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푸틴정부의 무능과 러시아군의 취약성을 드러낸 계기가 됐다.”
―푸틴 대통령이 과거 러시아의 권위적인 통치자 범주에 속한단 말인가.
“차별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과거 지도자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러시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개혁의 목표가 모호하고 프로그램도 구체적이지 않다.”
―푸틴대통령은 위대한 러시아를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대외적으로 강성대국이 되는 것보다 법과 질서를 세우는 일이 보다 시급하다. 러시아 정부는 선전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것은 대안이 못된다. 러시아에 요구되는 것은 강대국의 위치를 되찾는 것이 아니라 사회개혁과 경제안정을 이루는 일이다.”
―세계는 1980년말 공산주의의 붕괴이후 미국의 절대적인 우위가 유지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인류역사는 한 국가가 헤게모니를 잡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 군사 및 경제적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더욱이 막강한 소프트웨어 파워를 내세워 미래지식 산업을 독점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우위는 강압에 의한 제국이 아니라 ‘초대받은 제국’의 경향이 강하다.”
―북한이 남북대화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정일체제는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호응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북한은 붕괴상태에 놓였고 심리적으로 북한의 신세대는 고립에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딜레마는 개방으로 권력기반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심과 아버지의 후광에서 벗어나 세계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 속에서 갈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개방이 경제회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가.
“스탈린이나 모택동, 김일성 등 혁명 1세대는 불가능했지만 2세대인 김정일 위원장은 사회주의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그는 북한사회를 점진적으로 개방시킬 수 있는 충분한 의지와 능력이 있다.”
―한반도에 통일국가가 탄생할 경우 동북아균형이 깨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일본과 중국은 한반도라는 거대한 힘의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주변 4대강국은 원칙적으로 남북통일에 찬성할 수밖에 없고 그 통일과정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독일에서 그랬던 것처럼 갑자기 찾아온 통일을 위해 준비하는 일이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