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최근 몇 주간 주한미군의 계속적인 존재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해왔다. 김대통령은 최근 남북관계의 개선은 미국과의 군사 동맹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며 미군이 안보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외교나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발언이 높아지고 있는 반미감정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늘날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다양한 반미감정 분출▼
첫번째 그룹은 늘 미국과 미군의 존재에 반대하는 이데올로그(이념신봉자). 그들 관점에서는 한국전쟁의 발발과 한반도 분단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 그들은 주한미군을 서둘러 제거해야 할 점령군으로 간주한다.
두번째 그룹은 사상적인 이유 때문에 미군철수를 주장하지 않고 안보상황이 더 이상 외국군의 주둔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계속 주둔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일 뿐이라는 것이다.
세번째 그룹은 주한미군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들은 미국이 중국 견제와 주일(駐日)미군 지원 등 자국 이익 때문에 군대를 한반도에 주둔시키고 있어 어떤 일이 있어도 미군은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네번째 그룹은 당면한 실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들은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거나 미군이 무기한 주둔할 것이라는 ‘환상’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한미주둔군지위 협정(SOFA) 개정, 한국전쟁시 미군의 잔학 행위에 대한 조사 지연, 미군 폭격훈련장 사용 문제, 한국과 한국인을 대하는 미국인의 무감각에 관해 우려한다.
▼안보개선 평가는 이르다▼
네 가지 견해 중 두번째, 즉 안보상황이 개선되었다는 평가는 시기 상조다. 정상회담이 당장 북한의 군사력 감축을 가져오지는 않았으며 무력분쟁 가능성도 감소시키지 못했다.
또 세번째 그룹, 즉 미국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한국에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이들의 예측은 어긋날 수 있다. 한국에서 높아진 반미 목소리에 놀란 미국 국민이나 의회가 이제는 미군이 철수해야 할 때라고 여기면 미 행정부는 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주일 미군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이미 잃고 있는지 모른다. 주한 미군의 철수는 일본으로 하여금 미군이 더욱 자국에 주둔해야 한다고 판단하게 만들 가능성도 크다.
▼美 달라진 현실 인정해야▼
한국과 미국이 동맹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양국 정부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평화의 싹조차 아직 트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상황에 대한 지나친 장밋빛 그림을 그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미국은 특히 현재 상황이 냉전시대, 북한의 위협이 매우 높던 시기와는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SOFA가 채택된 전후 시기와는 엄청나게 달라진 한국의 국민과 사회를 직시해야 한다.
양국 관계는 복잡하고 어려운 도전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북의 위협이 감소했다는 인식이 한미 동맹관계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반미 시위는 경종을 울려주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동맹이 처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것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방법을 강구해야 될 것이다.―끝―
한승주<고려대 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