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점차 향상됨에 따라 요즘은 기업에서 고위직을 포함한 여성직원을 찾기가 어렵지 않게 됐다. 그러나 유독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의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지가 최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백악관 경제고문위원회의 보고서를 인용해 99년 말 현재 미국의 첨단기술 관련 인력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9%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86년의 40%에 비해 크게 줄었다.
첨단 산업의 임금 수준에서도 남녀간 성차별이 확연하다. 경제고문위 보고서에 따르면 93년 이후 IT산업의 평균임금은 굴뚝산업 분야 평균임금에 비해 80% 이상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IT산업 여성종사자들의 평균임금은 같은 분야 남성들의 75% 수준에 머물렀다.
첨단 산업의 ‘남녀차별’은 고위직일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고용문제 관련 리서치회사인 스펜서 스튜어트에 따르면 신경제 기업의 이사급 중역 가운데 여성은 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1000대 기업에 드는 회사의 경우 여성 이사는 전체의 11%나 된다.
이같은 성비(性比) 불균형 현상은 유럽보다 미국에서 훨씬 심하다. 미국내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졸업생 가운데 여성은 28%에 불과할 정도로 불균형이 심각하다.
때로는 휴일도 반납하고 일에 몰두해야 하는 첨단 산업의 특성이 여성에게는 불리하다는 현실도 성비 불균형의 원인 가운데 하나. 여성은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남성보다 많을뿐더러 임신할 경우 수개월 동안 휴가를 내야 하고 가사 부담도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존 테크놀로지사의 공동설립자로 여성 기업인인 재닛 사이먼스는 “첨단산업의 경우 업무 공백이 생기면 이를 메울 수 있는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에 100%의 시간과 정력을 일에 바칠 수 있는 종업원을 원한다”고 말했다. 첨단산업이 남성 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벤처투자회사도 여성이 오너인 회사에는 투자를 꺼리고 있다. 현재 미국의 전체 벤처투자 자금 가운데 약 5%만이 여성이 설립한 회사에 투자된다. 한 여성 벤처사업가는 “여성 벤처기업인들에게는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따내는 것 자체가 성공을 의미할 정도”라며 “나는 항상 남성 기업인들에 비해 훨씬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받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