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만 오누이 경극배우, 반세기만에 한무대 올라

  • 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35분


29일 대만 타이베이의 경극 공연장 대기실. 중국 최고의 경극 배우 후후이란(58·여)은 막이 오르기를 기다리며 떨리는 손으로 분홍색 아이섀도를 칠하기 시작했다.

톈진(天津) 경극단 소속으로 지난 40년동안 경극의 맥을 이어온 그녀에게 이날은 특히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그녀와 함께 무대에 서는 대만 경극의 전설로 불리는 후샤오안(76)이 다름아닌 반세기전에 헤어진 오빠이기 때문이다.

30일 AP통신에 따르면 후후이란은 오빠와 함께 무대에 선다는 일념으로 최초의 대만공연을 결심했다. 덕분에 그녀는 대만 경극 배우와 공연한 최초의 중국 배우가 됐다.

후샤오안은 7년전 은퇴했지만 이날을 위해 특별공연을 승낙했다.

두 사람이 이산가족이 된 건 1949년. 공산당이 본토에서 국민당 정부를 몰아내고 국공내전(國共內戰)에서 승리했을 때 경극계의 혜성이었던 24세의 후샤오안은 대만에서 공연중이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본토에 돌아가지 못했다.

후샤오안은 이후 수백편의 경극에 출연하며 대만 최고의 배우로 부상했지만 헤어질 때 여섯살이었던 여동생은 물론 부모의 생사조차 알 수가 없었다.

오누이는 83년 홍콩에서 첫 상봉했다. 중국 최고의 경극 배우로 성장한 후후이란이 호주 공연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이었다. 후샤오안은 여동생으로부터 “어머니는 60년대에 ‘항상 꿈속에서 아들을 만났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경극 안무가였던 아버지도 85년에 세상을 떠났다.

공연후 쏟아지는 박수 속에서 오누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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