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측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독립 선언 연기 가능성을 시사해 왔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아라파트가 이날 팔레스타인 독립을 선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13일까지 이스라엘측으로부터 아무런 양보도 얻어내지 못할 경우 아라파트가 팔레스타인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독립 선포를 전격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지난달 주민 147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1.5%가 13일 독립국가 선포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과 협상 타결시한인 13일 이후까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노력을 계속한 뒤 차후에 독립 선포를 해야 한다는 응답은 6%에 불과했다. 팔레스타인은 9일과 10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13일 독립 선언 여부를 최종 논의할 계획.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독립선포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상호 대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일방적인 독립 선포시에는 무력사용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아라파트의 보좌관인 아흐메드 압두르 라만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영토에 이스라엘 주민들의 정착촌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며 유사시 이들은 팔레스타인의 인질이 될 것”이라고 응수하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밀레니엄 정상회의가 열리는 6일 아라파트와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총리를 각각 만나 평화회담 재개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또 한차례의 협상 실패로 앨 고어 민주당 차기 대통령 후보의 대선 가도에 부담을 주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 임기 중 가장 위대한 업적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수도 있는 이 협상에 미련은 여전히 남아있다. 캠프 데이비드 협상 실패로 국내 여론의 포화를 받고 있는 바라크 총리도 5일 밀레니엄 정상회의를 앞두고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절박한 심정을 간접 표현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