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는 12일 정부 기관인 환경 및 에너지 통제국(ADEME)에 대해 앞으로 4∼6주 내에 전 산업부문에 걸쳐 구체적인 에너지 절약방안을 작성토록 지시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같은 프랑스 정부 차원의 에너지 절약 비상대책은 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처음 마련되는 것이다.
피에르 라단 ADEME국장은 당장 실행 가능한 프로그램 마련은 물론 2010년까지 프랑스의 전체 에너지 소비를 올해 대비 15%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라며 가정용 연료 절감과 철도를 이용한 화물 수송을 권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류시설 보호 긴급조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유류세 삭감을 주장하는 시위가 잇따르는 데 대해 12일 긴급각료회의를 열고 중요 산업체에 연료공급과 시설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긴급 조치권을 발표했다. 그러나 블레어 총리는 최근의 영국 내 유가 폭등이 정부의 고유가 정책 때문이라는 주장을 일축하면서 현행 유가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천명했다. 한스 아이헬 독일 재무장관 또한 유가 인하를 위한 시민들의 감세 요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사벨 듀란트 벨기에 운송장관은 “현재의 유럽 유가 폭등은 유럽 각국이 공동협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21일 유럽연합(EU) 운송장관들이 연료세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연료 조기개발 여론▼
한편 이탈리아의 석유 산업체인 에니(Eni)는 12일 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에 맞춰 “향후 3년간 나이지리아 유전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며 “그동안 나이지리아 유전에서 현재보다 50% 추가증산하기를 원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11일 독일 뮤니히에서는 세계적 대체 에너지 개발 회의인 ‘하이포럼 2000’이 개최돼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포럼 참가자들은 화석 자원 고갈에 따라 앞으로 20년간 유가는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으며 사용 가능한 대체 연료로 수소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편 EU는 12월 각 회원국이 2010년까지 전체 전기 수요의 21%를 풍력 태양열 수력 조력(潮力)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충당할 것을 결의하는 에너지 규정을 발효할 것이라고 외신이 전했다.
한편 유가 폭등으로 지난달부터 프랑스에서 일기 시작했던 항의시위가 유럽 각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12일 택시와 트럭노조가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으로 통하는 2개의 터널과 주요 도로를 봉쇄한 채 진압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發 유가시위 확산▼
벨기에에서는 고속도로 운송노조소속 대형 트럭들이 12일 브뤼셀로 이어지는 주요 고속도로와 간선도로를 점거하는 바람에 교통이 마비되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지금까지 침묵을 지켰던 독일 트럭노조도 이날 자아브뤼켄 시내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독일 정부가 유가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시위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경고했다고 ZDF방송은 전했다.
▼獨트럭노조도 시위 동참▼
폴란드에서는 운송회사 대표들이 모여 유가인상에 대한 항의표시로 정유공장을 봉쇄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아일랜드에서도 정부가 연료세를 20% 인하하지 않을 경우 도로운송협회 차원에서 2일간 교통을 두절시키겠다고 12일 위협했다.
영국에서도 전국 1만3000개 주유소의 30% 이상이 문을 닫자 시위대와 트럭노조가 정유회사와 석유저장소 주변에서 연료공급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으나 블레어 총리의 긴급조치 이후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백경학·권기태기자〉stern10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