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가스전 중 하나로 최근 한국의 개발 참여가 확정된 코브이크타 가스전이 바로 이 곳에 있기 때문.
이르쿠츠크에서 북쪽으로 약 500㎞ 떨어진 이 가스전은 2008년부터 중국 동북부와 한국 등에 30년 동안 모두 1조㎥의 가스를 공급할 계획. 여기서 공급받는 가스로 우리 국내 소비의 절반을 댈 수 있을 만큼 매장량이 많다.
이 사업은 미화 120억달러(약 13조8000억원)에 이르는 투자가 예상되는 동북아 최대의 에너지개발사업이 될 전망. 6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가스전 개발 실무회의에서 한국 중국 러시아 3국이 협정에 가서명해 한국의 사업 참여가 사실상 최종 확정됐다.
가스전 개발이 본격화되면 시베리아는 우리의 에너지 공급기지로 성큼 다가온다.
이르쿠츠크주 정부의 알렉세이 소볼 부지사는 “가스전말고도 이 지역의 천연자원은 엄청나다”며 한국의 적극적인 자원개발 참여를 희망했다. 그는 “앞으로 인적교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한국과 이르쿠츠크를 잇는 직항과 한국 총영사관의 개설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르쿠츠크국립대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레센트니코프 교수(사회학) 등 학자들도 한결같이 “(시베리아에서)이 지역이 가장 발전 가능성이 크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가스 석탄 석유 등 풍부한 지하자원과 바이칼호 주변의 관광자원, 앙가라강과 예니세이강의 수자원뿐만 아니라 TSR와 바이칼∼아무르철도(BAM) 등이 지나는 교통의 요지라는 것.
철도는 이르쿠츠크를 시베리아의 대표적인 국제도시로 만들었다. 억척스러운 중국상인들의 발길이 극동뿐만 아니라 시베리아에까지 미치고 있다. 이르쿠츠크 시내의 가장 큰 도매시장의 이름은 아예 ‘상하이’. 노천시장에는 저가의 중국산 생필품들이 물결을 이루고 ‘금은가공(金銀加工)’ 등의 한자 간판이 눈길을 끈다.
중국상인들의 틈새에서 옌볜(延邊) 조선족과 중앙아시아에서 온 고려인(구 소련지역 동포) 등 한인들도 분투하고 있다. 상하이시장에서 옷가게를 하는 차 올레그씨(35)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농사를 짓다가 이르쿠츠크로 왔다. 차씨는 서툰 우리말로 “많을 때는 고려사람 장사꾼이 1000명씩 된다”고 말했다.
옌지(延吉)에서 온 조선족 신순애씨(41·여)와 방분자씨(38·여)는 중국에서 6년 동안 옷장사를 하다가 2년 전부터 1년에 4,5번씩 시베리아를 오가며 보따리장사를 시작했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이르쿠츠크를 드나드는 조선족 상인은 2000여명.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이 지역을 21세기 국제경제의 통합 거점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9일부터 22일까지 이르쿠츠크에서 열리는 ‘바이칼국제경제포럼’에 참석해 이러한 구상을 알릴 예정이다.
취재팀이 머무르는 동안 인구 63만의 이르쿠츠크시는 호텔과 엑스포센터를 꾸미는 등 행사 준비와 변화의 물결로 꿈틀거렸다.
<이르쿠츠크〓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러RP 엔베르 지간쉰 부사장▼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 사업은 경제적 가치와 미화 120억달러(약13조8000억원)로 예상되는 투자 규모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러시아 한국 중국이 함께 추진하는 에너지개발사업이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코브이크타 가스전 개발 사업의 러시아측 사업 주체인 러시아 페트롤레움(RP)의 엔베르 지간쉰 부사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한국의 사업 참여는 중국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다가 6일 한중러 3국 실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됐다. 지간쉰 부사장은 “5월 RP와 중국의 차이나 페트롤레움(CNPC) 사이에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의견 접근을 보았고 7월 푸틴 대통령의 방중 때도 이를 주요 의제로 다뤘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RP와 CNPC, 한국측에서는 가스공사(KOGAS)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개발사업을 이끌게 된다.
RP는 이르쿠츠크 주정부와 러시아 기업들이 대주주지만 영국의 브리티시 페트롤레움(BP·지분 22%)을 비롯한 서방 자본도 참여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셈.
최근 남북관계의 급속한 진전과 함께 이 곳에서 생산된 가스를 공급할 가스관이 북한을 경유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배관망이 신의주를 통해서 한국으로 들어오면 철도에 이어 남북한을 잇는 에너지 벨트가 건설되기 때문. 그러나 RP측은 “가스관은 몽골 중국을 거쳐 서해를 통해 한국으로 이어지는 안이 여전히 유력하다”고 밝혔다. 지간쉰 부사장은 “만저우(滿洲)를 거쳐 한반도로 이어지는 가스관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미화 30억달러의 추가 건설비가 들고 북한 지역의 예상 가스 수요가 많지 않아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말해 가스관의 한반도 통과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이르쿠츠크〓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