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주의 전력회사인 ‘센트럴 메인 파워’의 전선공 브렌트 처칠(30)은 올 봄 감전사고로 숨졌다. 당시 그는 이틀반 동안 5시간밖에 못 잔 상태에서 근무하던 중이었으며 사고는 과로에 따른 부주의 때문이었다.
그의 죽음은 당시 주 의회에서 논의중이던 시간외 근무 시간의 상한(上限) 설정 문제를 현안으로 부각시켰다. 결국 메인주는 5월에 근무 시간 상한을 ‘2주간 80시간’으로 법제화했다. 메인주는 미국의 주 가운데 처음으로 시간외 근무에 제동을 걸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법원과 주 의회, 노사협상 테이블 등에서 노동자의 시간을 탐욕스럽게 노리는 ‘신경제’에 대한 일대 반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웨스트버지니아와 펜실베이니아 주 의회는 노동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고도 시간외 근무를 거부할 수 있는 내용의 법 제정을 논의중이다. 뉴저지주에선 병원 종사자에게 시간외 근무를 의무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6월 통과됐다. 최근 버라이존 전화회사에서 벌어진 파업도 과중한 시간외 근무가 주요 원인이었다. 이 회사 여성 직원들은 회사가 갑자기 시간외 근무를 시키면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가거나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데 애로가 크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시간외 근무는 육체노동자(블루 칼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 최근 10년간 생겨난 정보 산업분야 일자리의 60%는 관리직과 전문직인데 많은 기업은 이들을 간부 등 관리자로 규정해 연봉 외에는 따로 시간외 근무수당을 주지 않고 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초과 근무에 시달리고 있는 ‘화이트 칼라’들은 육체 노동자와 근로 여건은 다를 게 없지만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푸념한다. 때로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휴스턴크로니클지의 야구 담당 기자로 1주일에 51시간 근무해온 앨런 트루엑스는 회사가 시간외 근무를 제대로 보상하지 않자 최근 소송을 제기해 30만∼50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게 되었다.
휴대전화, 호출기, 휴대용 컴퓨터 등 정보통신기기의 발달과 교통체증에 따른 출퇴근 시간 증가는 노동자들의 휴식시간을 그만큼 없애 종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노동자의 요구는 역사가 오래지만 진전은 더딘 편이다. 1886년 제기된 ‘하루 8시간 노동’ 법제화는 52년 뒤인 1938년에야 이뤄졌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