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경제 그늘' 과로…호황기 맞아 초과근무 확산

  • 입력 2000년 9월 18일 19시 33분


호황기를 맞은 미국에서 최근 일손이 달리게 되면서 과다한 시간외 근무와 과로 문제가 노동계 현안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메인주의 전력회사인 ‘센트럴 메인 파워’의 전선공 브렌트 처칠(30)은 올 봄 감전사고로 숨졌다. 당시 그는 이틀반 동안 5시간밖에 못 잔 상태에서 근무하던 중이었으며 사고는 과로에 따른 부주의 때문이었다.

그의 죽음은 당시 주 의회에서 논의중이던 시간외 근무 시간의 상한(上限) 설정 문제를 현안으로 부각시켰다. 결국 메인주는 5월에 근무 시간 상한을 ‘2주간 80시간’으로 법제화했다. 메인주는 미국의 주 가운데 처음으로 시간외 근무에 제동을 걸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법원과 주 의회, 노사협상 테이블 등에서 노동자의 시간을 탐욕스럽게 노리는 ‘신경제’에 대한 일대 반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웨스트버지니아와 펜실베이니아 주 의회는 노동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고도 시간외 근무를 거부할 수 있는 내용의 법 제정을 논의중이다. 뉴저지주에선 병원 종사자에게 시간외 근무를 의무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6월 통과됐다. 최근 버라이존 전화회사에서 벌어진 파업도 과중한 시간외 근무가 주요 원인이었다. 이 회사 여성 직원들은 회사가 갑자기 시간외 근무를 시키면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가거나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데 애로가 크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시간외 근무는 육체노동자(블루 칼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 최근 10년간 생겨난 정보 산업분야 일자리의 60%는 관리직과 전문직인데 많은 기업은 이들을 간부 등 관리자로 규정해 연봉 외에는 따로 시간외 근무수당을 주지 않고 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초과 근무에 시달리고 있는 ‘화이트 칼라’들은 육체 노동자와 근로 여건은 다를 게 없지만 푸대접을 받고 있다고 푸념한다. 때로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휴스턴크로니클지의 야구 담당 기자로 1주일에 51시간 근무해온 앨런 트루엑스는 회사가 시간외 근무를 제대로 보상하지 않자 최근 소송을 제기해 30만∼50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게 되었다.

휴대전화, 호출기, 휴대용 컴퓨터 등 정보통신기기의 발달과 교통체증에 따른 출퇴근 시간 증가는 노동자들의 휴식시간을 그만큼 없애 종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노동자의 요구는 역사가 오래지만 진전은 더딘 편이다. 1886년 제기된 ‘하루 8시간 노동’ 법제화는 52년 뒤인 1938년에야 이뤄졌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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