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야권 연합후보인 보이슬라브 코스투니차 후보에 패배하면 계엄령 선포→가두 시위→유혈 폭동으로 번지는 시나리오까지 유포되고 있다》
▽마지막 유세와 계엄설〓20일 수도 베오그라드 중심가에서는 코스투니차 후보의 유세가 열렸다. 빗속에서도 15만명이 모인 유세에서 코스투니차 후보는 “선거 뒤 우리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며 “미친 한 인간의 볼모가 된 이 나라를 구하자”고 웅변했다. 군중들은 “밀로셰비치는 끝났다” “세르비아를 구하라, 코스투니차” 등의 연호로 화답했다.
같은 시간 베오그라드 교외에서는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1만5000명의 지지자를 동원해 ‘체육관 유세’를 펼쳤다. 그는 3명의 야당후보를 싸잡아 “서방의 지원을 받는 개”라면서 “이들에게 나라를 맡기면 나라를 팔아먹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외신들은 두 유세장면이 그동안의 지지율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코스투니차 후보에 5∼20% 뒤지고 있다. 코스투니차 후보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밀로셰비치 집권이후 서방의 금수조치로 국민의 생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야권은 국민의 80%가 식량 석유 의복 등 생필품 부족으로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라고 주장하며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세의 불리함을 의식한 탓인지 유고 지도부는 선거운동 마감날인 21일 위기론을 확산시키며 국민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밀로셰비치 측근인 네보사 파브코비치 유고군합참의장은 21일 “선거에 서방이 개입하면 군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외국 특수군이 야당을 지원하기 위해 유고군 복장으로 침투할 것이라는 정보가 있다”며 “침투일은 24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유고지도부가 제기한 ‘서방음모론’을 되풀이한 것. 관측통들은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패배하면 소요를 유발해 계엄령을 선포하려는 ‘사전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같은 날 밤 관영TV 연설에서 모미르 불라토비치 유고연방 총리는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선거에서 지더라도 내년 6월까지 임기를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 헌법에 따르면 새 대통령은 15일 내에 취임하도록 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유혈사태 일어날까〓코스투니차 후보는 21일 노비사드에서 가진 마지막 유세에서 “정부가 승리를 탈취하려 하고 있다”며 “투표당일 개표소 밖에서 기다리며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야권은 이날 진짜 투표용지가 사전에 배포됐다며 투표용지를 언론에 제시했다. 더구나 투개표 과정을 유고정부가 총괄하고 있는 데다 외국인 참관마저 허용하지 않아 부정선거 우려가 크다는 것. 밀로 듀카노비치 몬테네그로 대통령도 “밀로셰비치가 선거에서 지더라도 곧바로 승리를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권좌를 내놓지 않으려 하고 있고 이에 맞서 야권도 강경 대응할 방침이어서 양측이 정면 충돌하는 유혈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극히 높다.
조지 로버트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사무총장은 21일 독일 TV와의 인터뷰에서 “유고선거가 공정하고 자유롭게 치러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최악의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적 지원〓캐나다는 21일 유고 선거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고 민주적인 변화가 있을 경우 경제제재의 해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유럽연합(EU)이 잇따라 유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유고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데 이은 것.
앞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도 “밀로셰비치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있지만 유고국민은 민주야당을 선택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그가 선거를 조작해 승리하면 선거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해군은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걸프만에서 아드리아해로 이동중이며 30일경 아드리아해에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