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22일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13개월간 백악관 혹은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 초대해 잠 재워 보낸 손님 404명 가운데 361명을 공개했다. 이번 조치는 뉴욕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힐러리 여사가 선거 자금을 제공한 사람을 백악관에 초대함으로써 백악관을 ‘특급 모텔’로 만들었다는 릭 라지오 공화당 후보측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것. 클린턴 대통령의 딸 첼시의 친구와 가족 43명은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제외됐다.
백악관은 평소 친분 등 때문이지 정치자금 ‘수금 창구’로 활용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해명과 달리 361명 가운데 40% 가량이 클린턴 대통령이나 힐러리 상원의원 후보, 또는 민주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NBC 방송이 보도했다.
공개된 ‘숙박 리스트’는 힐러리 여사가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난해 7월 이후 최근까지 초청 받은 사람들.
명사로는 △영화 감독이자 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 △여배우 맥 라이언과 남편 데니스 퀘이드 △배우인 윌 스미스, 대니 드 비토, 체비 체이스 △전설적인 앵커맨 월터 크롱카이트 등이 포함돼 있다. 정계 인사로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 존 글렌 전 상원의원, 주지사 13명 등이 포함돼 있다. 스페인 왕 부처도 들어 있다.
유형별로는 대통령 부부의 친구 102명, 클린턴 대통령이 주지사를 지냈던 아칸소 지역 출신 인사 51명, 지지자 86명, 관리와 고위 인사 77명, 문화 예술 스포츠계 인사45명, 첼시양의 친구와 가족 43명 등이다.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인 스필버그 감독은 민주당에 14만달러, 클린턴 대통령 법률기금에 1만달러, 힐러리 후보에게 7000달러를 냈다.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낸 사람은 장기간 민주당에 헌금해 온 S 대니얼 에이브러햄(99만3000달러). 숙박객이 낸 정치자금 총액은 552만4311달러(약 61억8000만원)였으며 이 중 62만4162달러(98명)는 힐러리 후보에게 제공됐다. 숙박객 숫자도 점점 늘어 클린턴 대통령의 집권 1기 4년동안 한 달 평균 17명이었으나 지난 13개월간은 31명 가량된다.
언론매체의 비판적인 논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내외가 임기 중 줄곧 거주하는 이상 백악관은 ‘집’이나 마찬가지인데 집에 누구를 초대했느냐를 문제삼을 수 없다”는 옹호론도 없지 않다.
조지 W 부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도 95년부터 99년까지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 131명을 초대했으며 이 가운데 72명이 220만달러를 정치자금으로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워싱턴 정가에는 ‘백악관 1박 요금은 1만달러, 텍사스 주지사 공관 1박 요금은 10만달러’라는 우스갯 소리도 나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