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정보부 해체 착수…혼미정국 다소 진정세

  • 입력 2000년 9월 24일 19시 00분


페루 정부와 야당이 의원 매수 스캔들의 주역인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 국가정보부장을 공직에서 축출하고 정보부를 해체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혼미 정국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페루 정부는 22일 미주기구(OAS) 대표단의 후견 아래 야당 대표들과 회담을 열고 몬테시노스 부장을 공직에서 추방하기로 합의했다. 라 레푸블리카 등 페루의 주요 언론들은 23일 정부가 곧 정보부 해체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언론은 “정부가 정보부의 체제 개편과 기능 재구성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의회에 상정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보부가 국내외의 평화와 민주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정보부의 설치, 운영과 관련된 긴급명령과 법률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페루의 국가정보부는 대통령령 25635호를 근거로 설치됐으며 몬테시노스 부장은 공식적인 정보부 책임자가 아닌 대통령 안보고문이라는 직함으로 정보부의 수장 역할을 해 왔다. 한편 페루 정부는 파나마에 몬테시노스 부장의 망명을 요청했으나 파나마 정부는 이를 공식 거부했다.파나마 대통령궁은 23일 “페데리코 살라스 페루 총리가 22일 제의한 몬테시노스 부장의 망명 신청과 관련해 각료 회의를 소집해 논의한 결과 거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몬테시노스 부장의 망명 신청이 스스로의 선택인지 정부와 야당의 압력에 따른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망명 신청은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이 몬테시노스 부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군 수뇌부를 장악해 정국을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사건 직후 잠적한 몬테시노스 부장의 행방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페루 정부는 보안상의 이유로 그의 거처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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