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메커니즘이 인간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엄격한 저칼로리 식사의 효과를 흉내낼 수 있는 약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레너드 구아렌트 박사는 ‘사이언스’지 최근호에 동료들과 함께 발표한 논문에서 효모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저칼로리 식사가 DNA의 활동을 통제하는 유전자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효모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유전자는 SIR2(Silent Information Regulator No.2)라고 불리는 것인데, 이 유전자가 생산하는 SIR2 단백질이 DNA의 외피를 좀더 단단하게 감싸서 세포가 잠재적인 유전자들과 접근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유전자의 활동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잠재적인 유전자의 활동을 차단하는 것은 세포의 수명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엉뚱한 유전자가 활성화되는 경우 세포의 기능이 어지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아렌트 박사는 이전의 연구에서 이미 SIR2 유전자가 효모 세포의 수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즉 SIR2 유전자가 파괴된 효모 세포는 보통 세포들보다 일찍 죽어버리는 반면, SIR2 유전자를 추가로 제공받은 세포는 다른 세포들보다 더 긴 수명을 누렸다는 것이다.
구아렌트 박사의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저칼로리 식사가 SIR2 유전자의 활동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효모 세포가 갖고 있는 포도당 신진대사 시스템과 SIR2 단백질은 모두 NAD라고 알려진 물질을 필요로 하므로, 세포가 포도당을 에너지로 전환시키느라고 여념이 없을 때에는 SIR2 단백질이 이용할 수 있는 NAD의 양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구아렌트 박사는 효모를 대상으로 한 이러한 실험 결과가 고등생물에게도 적용되는지 밝혀내는 것을 다음 연구과제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생쥐와 인간도 SIR2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SIR2 단백질이 활동하는 데 역시 NAD가 필요하다.
구아렌트 박사는 이처럼 저칼로리 식사가 수명연장에 기여하는 것이 진화론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먹이가 부족할 때 생명체가 채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은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번식을 미루고 기다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스콘신대에서 노화를 연구하고 있는 유전학자 토머스 프롤라 박사는 구아렌트 박사의 연구가 저칼로리 식사의 수명연장 효과를 단일 유전자와 결부시킨 최초의 연구라면서 만약 다른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암을 포함한 인간의 질병치료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품 개발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화 생물학자들은 노화가 많은 유전자들의 영향을 받아 일어나는 현상임에 틀림없다는 이유로 구아렌트 박사의 연구결과를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구아렌트 박사는 많은 유전자들이 노화에 관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먹이의 부족에 대한 대응으로 노화를 늦추는 메커니즘이 단일한 유전적 경로를 이루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http://www.nytimes.com/2000/09/22/science/22AGI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