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고위관리들은 국방부와 미 태평양사령부, 주한미군의 군사지도자들 사이에서 이같은 문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또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안보협력이 퇴보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근본적인 병력이동이 고려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특히 오키나와 주둔 미군도 검토 대상이다. 동북아시아는 하나의 통합된 작전지역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감축 논의는 일련의 몇 가지 사건에 대한 반응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미 군사지도자들은 한국과 일본 내에서 이따금씩 발생하는 미군주둔에 대한 시위의 원인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한 고위관리는 “이는 반미감정이라기보다는 반(反) 주한미군 정서로 봐야 한다”며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원하고 있지만 미군이 자국 영토 내에 주둔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국가정보위원회(NIC)도 최근 출간한 한 보고서에서 비슷한 언급을 했다. 보고서는 “미군주둔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일본과 한국 내에 반미정서가 고조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동북아 美 전략 재검토 한창▼
서울에서는 한국인들이 주한미군 사령부 근처에서 시위를 벌여왔으며 오키나와에서는 5년 전 두 명의 미군 병사들이 어린 여학생을 강간한 사건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높다. 한국과 일본 내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주한미군에 대한 일반인들의 지지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아시아 내 미군 지위를 재검토하고 있는 군사지도자들은 내년 1월 새로 취임할 미국의 새 대통령과 새 행정부를 기다리고 있다. 어떤 식으로 결론을 내리든 자신들의 결정을 승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또 4년마다 한 번씩 의회에 국방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국방부는 이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군사전략과 무기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하게 되는데 아시아 주둔 미군에 대한 문제는 2001년 제출 예정인 보고서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의원들은 미국의 국방비 지출이 여전히 너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비 삭감을 위해 미 군사기지 일부를 폐쇄해야 한다면 의원들은 자신들의 선거구에 있는 미군기지보다는 해외 기지가 폐쇄되기를 원할 것이다.
▼한-일과 충분한 협의 거칠 것▼
아시아 주둔 미군에 대한 논의가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되건 미군에 대한 변화는 한국 일본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미 관리들은 지미 카터 전대통령이 1976년 대통령 선거에 나섰을 때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가 얼마나 큰 혼란을 겪었는지를 잘 알고 있다.
미 관리들은 미국과 아시아의 안보협력 관계가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중국과 북한이 이해하기까지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고위관리는 특히 “무엇보다도 북한이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긍정적인 조치를 취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이 비무장지대(DMZ)로부터 병력을 일부 철수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북한 병력의 70%가 DMZ 인근에 집중되어 있다. 북한은 또 오키나와 내 미군기지를 목표로 할 수 있는 미사일도 제거해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은 아마도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줄어드는 대가로 감축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미 육군을 철수할 경우 비용이 조금 들 뿐 주둔할 곳은 많다. 한국에서 미군이 철수할 경우 알래스카 괌 하와이 미 서해안 등이 새로운 기지 후보로 꼽히게 될 것이다.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미 제3 해병원정군은 이미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남중국해 등과 인접한 호주 북부에 새로운 기지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또 현재 주둔하고 있는 곳에서 떨어진 오키나와 북부에 새로운 기지를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리처드 핼로란(아시아문제 美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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