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NBC와 로이터통신이 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45%의 지지를 얻은 고어 후보가 부시 후보를 2% 포인트 앞섰지만 통계오차 범위 내였다. 따라서 7500만명이 시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TV 토론회는 당락의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부시, 토론기술 집중연습▼
▽부시 진영〓부시 후보는 주말을 텍사스주 크로포드에 있는 목장에서 토론 연습을 하며 보냈다. 고어 후보 역을 언변이 뛰어난 주드 그레그 상원의원(뉴햄프셔주) 등에게 맡긴 그는 세금감면 교육 낙태 의료 문제 등 쟁점에 관해 맹렬한 실전 연습을 쌓았다.
부시 진영의 가장 큰 걱정은 평소 말실수가 잦은 부시 후보가 토론에 능한 고어 후보에 휘말려 손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점. 부시 후보는 최근에도 “고어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연방정부가 ‘200가지’ 신규 사업을 벌일 것”이라고 한다는 것을 그만 ‘20만가지’라고 말해 웃음거리가 됐다. 또 ‘공평한 외교정책(even―foreign policy)’이란 연설문을 ‘외국 손에 달린 정책(foreign―handed policy)’이라고 잘못 읽은 적도 있다.
그렇지만 공화당 예비선거 과정에서 부시 후보와 맞붙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부시 후보의 토론 기술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매케인 의원은 “부시 후보가 설득력 있고 유쾌한 언변과 현안에 대한 깊은 지식을 유권자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어 진영〓고어 후보는 경합지역인 플로리다주의 사라소타에서 이번 토론회를 승기로 삼기 위해 전략 수립에 골몰했다. 특히 그는 그간 유세장에서 만난 청중 가운데 10대 소녀부터 70대 노인까지 시민 13명으로 토론 자문단을 구성, 이들과 토론을 벌이며 유권자의 관심사를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다. 이들 토론자문단은 모두 부시 후보와 접전중인 지역 출신. 고어 진영은 이 자문단을 잘 활용하면 득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어 진영은 고어 후보가 8년간 부통령 경험으로 국정 전반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고, 토론 능력이 탁월해 TV 토론회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 ‘항상 진지한 사람’이란 다소 딱딱한 이미지가 유권자들에게 지루한 인상을 주지 않도록 인간적인 매력을 부각시키는 데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일부에서는 지난달 30일 미 연방수사국(FBI)이 부시 진영의 TV토론 대책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 등이 고어 후보 측에 건네진 과정에 대한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최근 이어져온 우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않다.
▼고어, 인간적 매력 알리기▼
▽여론조사 결과〓일간지 LA타임스는 1일 각종 여론조사에 대한 자체 분석을 토대로 고어 후보가 캘리포니아 뉴욕 등 21개 주에서 275명의 선거인단을 확보, 당선권(선거인단 270명)을 넘어 선 것으로 보도했다. 부시 후보는 텍사스 버지니아 등 21개 주에서 175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됐다. 미소하나마 우세를 지키고 있는 고어 후보가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올해 대선 운동 과정에서 특정 후보가 당선권에 진입했다는 예측이 보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대통령후보 TV토론회 일정 | |
10월 3일 | 1차 토론회(매사추세츠주 보스턴) |
5일 | 부통령 후보 토론회(켄터키주 덴빌) |
11일 | 2차 토론회(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톰-살렘) |
17일 | 3차 토론회(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