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 인기 작가 스티븐 킹이 인터넷을 통해 파일 형태로 판매한 ‘총알을 타고(Riding the Bullet)’란 단편 소설 파일을 50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내려받았을 때 출판업자들은 ‘전자서적 시대 개막’이란 흥분 속에 앞다퉈 전자서적 분야에 진출했다. 그러나 열풍이 지나가면서 아직은 전자서적이 전통적인 책을 대체할 수 없다는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온라인 출판업체인 엑스리브리스의 존 펠드캠프 회장은 “스티븐 킹의 작품을 제외하면 제대로 팔린 전자 서적이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베스트셀러의 필자인 킹도 전자서적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가 온라인으로 연재하는 ‘플랜트(The Plant)’라는 소설을 내려받은 독자 가운데 상당수가 ‘구독료’ 1달러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고 있기 때문.
킹은 이 때문에 최근 “독자 여러분이 돈을 내주면 연재를 계속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연재를 중단할 것”이라고 웹사이트를 통해 경고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2일 이같은 전자 서적에 대한 기사를 게재하면서 전자 서적의 인기가 시들한 이유로 전자 서적을 읽을 수 있는 휴대용 단말장치 값이 너무 비싼 점을 가장 먼저 들었다.
파일 형태의 책을 읽기 위해 필수적인 제품인 전용 단말장치의 값은 최고 700달러(약 77만원)에 이른다. 값싼 조립 PC 값에 거의 육박한다.
전자서적을 읽는 방법도 불편하다. 우선 인터넷에 접속해 서적 파일을 컴퓨터에 내려받은 다음 컴퓨터나 혹은 전용 단말기를 이용해 읽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 전통적인 책이 갖는 보관의 편리함도 전자서적의 시장 확보를 막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마케팅업체인 잔들 그룹의 여론조사 결과 13∼24세 청년들은 신기술 가운데 제일 인기가 없는 것으로 전자서적을 가장 많이 꼽았다. 파일 구입과 파일 읽기 방법이 불편하다는 점과 보관상의 불편함 때문에 전자서적이 제자리를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