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물]클린턴 "연방정부 폐쇄위기 극복 최대업적"

  • 입력 2000년 10월 9일 18시 26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을 태평성대로 이끌어 인기가 높은 상태에서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려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심경은 어떨까.

내년 1월 백악관을 떠나는 클린턴 대통령이 정치전문지 뉴요커 최근호(16일자)에서 8년동안의 통치기간에 대한 소회를 장시간에 걸쳐 솔직히 털어놓았다고 CNN방송이 8일 보도했다.

그는 이 글에서 "재임기간중 의회의 탄핵에 대처한 것이 가장 큰 사건들 중의 하나"였다며 "부인 힐러리 여사와 함께 연루의혹을 받았던 화이트워터 부동산 사기사건을 초기에 잘못 처리한 게 후회스럽다"고 회상했다.

이번 기사는 뉴스위크지의 조 클라인 기자가 지난 여름 2번에 걸친 클린턴 대통령과의 장시간 인터뷰를 근거로 작성했다. 흥미로운 건 클라인씨가 클린턴 대통령의 지퍼게이트를 통렬히 비판했던 소설 '프라이머리 컬러스(원색)'의 저자라는 점. 이 소설은 존 트라볼타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첫 임기가 시작됐을 때 의료보험개혁,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정적자 축소 등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면서 "최선을 다했지만 아내 힐러리가 이끌었던 보건개혁을 이루지 못한게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1995년과 96년 연방정부 폐쇄 위기에 잘 대처한 것과 (르윈스키 섹스스캔들로 인한) 의회의 탄핵 위기를 극복한 게 임기중 최대의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두가지 일이 당시 하원의장이었던 공화당 뉴트 깅리치 의원의 노골적이고 극단적인 혁명 조짐 을 종식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르윈스키와의 성추문과 관련, "나는 엄청난 개인적 실수를 1년이 지나서야 바로잡으려고 시도했다"며 "이 사건은 내 가족과 행정부, 국가에 막대한 고통을 초래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당시 나는 정말로 헌법을 수호하고 있다고 믿었다"고 덧붙였다.

클린턴 대통령은 반면 94년 화이트워터 사건이 터졌을때 재닛 리노 법무장관에게 특별검사를 임명해 자신의 관련 여부를 조사토록 한 게 매우 후회스러운 결정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모친사망 후 지쳐있는 상태에서 백악관 보좌관들이 특별검사 임명을 지시토록 건의해 어쩔수 없이 받아들였다"고 설명하고 하지만 "나는 화이트워터 사건이 거짓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집권 초 "경험이 풍부했더라면 미국병사가 18명이나 숨졌던 소말리아사태에 다르게 대응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미국 경제를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호황으로 이끈 게 무엇보다 기쁘다면서 임기가 끝나면 조용히 방관자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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