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웬사 득표율 0.8% …추락한'민주화 영웅'

  • 입력 2000년 10월 9일 19시 37분


8일의 폴란드 대선에서 ‘왕년의 영웅’ 레흐 바웬사(57)는 또 한번 망신당했다. 1990년 폴란드 공산당 몰락 후 초대 대통령에 올랐던 바웬사의 득표율은 당락 여부를 떠나 10년 만에 너무도 초라한 수준으로 추락해 그의 옛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세월의 무상함과 연민의 정을 느끼게 했다.

AFP통신은 출구 조사 결과 바웬사 후보가 12명의 후보 가운데 득표율 7위로 0.8%의 지지만을 얻었다고 전했다. 대선 전 여론조사에서는 그나마 2∼3% 지지율을 보였으나 막판에 유권자들이 가망 없는 그에게 더 등을 돌린 것이다. 이 통신은 바웬사 후보가 자유노조의 창설자로 폴란드 민주화 혁명을 주도했고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했던 점을 감안하면 ‘치욕에 가까운 득표율’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의 대변인은 “유권자의 판단을 존중한다. 하지만 폴란드 역사에서 차지하는 바웬사의 위치는 변함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바웬사 전 대통령은 95년 대선에서는 48%를 얻어, 52%를 획득한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에게 분패했었다. 바웬사는 1990년부터 5년간의 재임기간 중 ‘의외로 권위주의적’이면서 동시에 ‘리더십에 효율성이 없다’는 평판을 받았으며 95년의 패배 이후 유권자들의 뇌리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그는 올해 7월에는 과거 공산정권의 비밀경찰 끄나풀이었다는 주장이 나와 대통령 후보 자격을 놓고 특별법원 법정에까지 출두하는 등 곤욕을 치른 끝에 겨우 누명을 벗기도 했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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