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의 아들 마르코가 중국 망명을 시도한 것이 확인되면서 베오그라드 시내에는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 일가의 망명설이 파다하게 퍼졌다. 세르비아민주야당(DOS)의 고위 지도자인 세르비아 차차크시 시장 벨리미르 일리치는 이날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이 9일 저녁 비행기편으로 모스크바로 향했다는 얘기를 그의 경호원측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고 독일 DPA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는 밀로셰비치 일가가 해외로 망명할 경우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혀 왔다. 유고의 오랜 동맹국인 러시아는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을 전범 재판정에 세우려는 서방의 시도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로셰비치 일가가 이처럼 비참한 신세가 된 것은 그의 가족도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에 못지않게 권력을 휘둘러왔기 때문.그의 부인 미라 마르코비치는 ‘발칸의 마녀’라고 불릴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녀는 밀로셰비치 정권의 버팀목이었던 좌파연합당(JUL)의 당수를 지내며 밀로셰비치의 독재를 배후조종했다는 원성을 들어왔다.
아들 마르코씨도 부친의 절대 권력을 앞세워 온갖 악행을 저질러 왔다. 세르비아 경찰과 지방 당국을 동원해, 각종 불법 거래와 협박을 일삼아 온 데다 유흥업계에서 마구잡이로 사업을 확장해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여기에다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계속 권력의 자리에서 밀려나는 것도 밀로셰비치 일가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의 측근인 모미르 불라토비치 유고 총리와 블라이코 스토일리코비치 내무장관이 9일 사임했다.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유고연방 대통령은 12월19일 조기 총선을 실시해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의 세력을 말끔히 털어버릴 계획이다.
〈파리·모스크바〓김세원·김기현특파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