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슈투니차 어깨 무겁다…잔재 청산등 해결과제 산더미

  • 입력 2000년 10월 11일 19시 17분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신임 유고연방 대통령은 10일 집권 이후 처음 베오그라드 밖으로 ‘외출’했다. 코슈투니차 대통령이 찾은 곳은 콜루바라 광산. 이 광산의 광원 7500여명은 지난달 24일 유고 대선 직후 파업 농성에 돌입해 유고 민중혁명에 불을 댕겼다. 혁명의 방아쇠를 당겨준 광원들에게 사의를 표하기 위한 행차였다.

코슈투니차 대통령은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여러분이 없었다면 이 모든 일이 가능했겠느냐”며 광원들을 치하했다. 광원들도 대통령으로선 처음 ‘누추한’ 광산을 찾은 코슈투니차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하지만 베오그라드의 사정을 돌아보면 코슈투니차 대통령이 혁명 승리와 집권 축하의 샴페인을 터뜨릴 상황은 아닌 듯하다.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 잔존세력의 저항 및 몬테네그로의 독립 움직임 등 갖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 물갈이〓친 밀로셰비치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세르비아 공화국 정부와 의회 및 군경을 자파 세력으로 물갈이하는 것이 급선무다.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세르비아사회당(SPS)과 극단적 민족주의 정당인 세르비아급진당(SRS)은 10일 혁명세력과의 세르비아 과도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코슈투니차 대통령의 측근인 조란 진지치는 이날 “새 정부는 밀로셰비치에게 직보했던 세르비아 비밀경찰을 아직 접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코슈투니차 대통령은 이날 “군부와도 조만간 공고한 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밀로셰비치 처리〓권좌에서 쫓겨난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의 처리 문제도 코슈투니차 대통령의 골칫거리. 미국과 유럽 각국은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의 전범재판 인도를 요구하고 있으나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를 자임해온 코슈투니차 대통령은 ‘전범재판 인도 불가’ 방침을 못박은 상태. 그렇다고 절치부심하면서 재기를 노리는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을 베오그라드에 끌어안고 있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코슈투니차 대통령은 10일 유고를 방문한 위베르 베드린 프랑스 외무장관에게 “밀로셰비치 처리 문제가 시급한 것은 아니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한편 러시아 망명설이 돌았던 밀로셰비치 부부는 현재 베오그라드 우지치카 거리의 대통령 관저내의 빌라에서 사실상의 가택연금 상태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몬테네그로의 독립 움직임〓세르비아와 함께 유고연방을 구성하고 있는 몬테네그로공화국은 코슈투니차 대통령의 취임에도 불구하고 독립 의지를 접지 않고 있다. 밀로 듀카노비치 몬테네그로 대통령은 코슈투니차 대통령 취임 이후 가진 회견에서 “지난달 대선은 불법이므로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슈투니차 대통령으로선 당장은 세르비아에서의 권력기반 정지(整地)작업이 시급하지만 머지않아 몬테네그로의 독립 움직임에 발목을 잡힐 공산이 크다.

▽코소보의 나토군 철수〓세르비아 민족주의자인 코슈투니차 대통령은 민주세력이 집권한 만큼 코소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평화유지군(4만5000명)의 철수를 요구할 전망이다. 그러나 NATO 19개 회원국 국방장관들은 10일 영국 버밍엄에서 회의를 갖고 코소보에 주둔한 평화유지군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코소보의 민족 갈등에다 밀로셰비치 집권 13년 동안 4차례의 전란과 경제 제재를 겪으면서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경제 재건 등이 코슈투니차 대통령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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