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야당 의원 41명과 26개 시민단체는 18일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도박업자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며 탄핵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과 가톨릭교회 하이메 신 추기경도 17일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두 사람은 86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독재정권을 축출하는 데 큰 힘을 발휘했었다. 여성 부통령인 글로리아 아로요도 에스트라다 대통령 반대 전선에 가담했다. 아로요 부통령은 12일 겸직하던 사회복지장관직을 사임한 데 이어 17일 야당과 재야의 통합 전선 구축을 선언했다.
이에 앞서 루이스 싱손 술루주지사는 11일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여러 명의 도박업자에게서 1100만달러(약 120억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탄핵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려면 하원(217명 정원)에서 3분의 1(73명), 상원(23명 정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나 모두 집권당이 다수를 장악하고 있어 탄핵 가능성은 적다. 뇌물 수수 혐의가 불거진 직후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20일 서울에서 개막되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불참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