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카이로에서 21일 열린 아랍정상회담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방안을 놓고 강경론과 온건론이 맞서는 등 갈등을 빚었다. 회담이 열리는 동안 카이로 시내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대응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특히 무장단체인 헤즈볼라는 아랍정상들에게 “팔레스타인 성전을 위해 무기를 공급하라”고 요구했다.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이 흘린 피의 대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에자트 이브라힘 이라크 부통령은 “아랍인의 땅을 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성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슬람 형제국’ 팔레스타인에 대한 아랍권의 책임을 강조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에 강경조치를 취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회담을 주재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합리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전쟁은 게임이 아니며 이번 회담은 전쟁선포가 아닌 평화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어떤 제재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22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는 일부 국가가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대응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거나 미국과 가까운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온건론을 지지하고 있어 쉽게 결론을 짓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아비 판저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20일 CNN과의 회견에서 “아랍정상회담의 결과를 지켜본 뒤 휴전 선언의 이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아랍권의 대응에 따라 사태가 악화될 수도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바라크총리의선택]샤론과 손잡기 추진
23일째 계속되고 있는 유혈사태로 이스라엘 내 에후드 바라크 총리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극우 정당과의 연정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바라크 정권은 6개 정당과 연정을 통해 집권했지만 대통령선거 패배와 팔레스타인 유혈충돌 사태가 이어지면서 난국 타개의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
이는 바라크 총리가 7월 캠프 데이비드 중동평화회담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이유로 의회에 불신임안이 제출된 이후 최대의 위기인 셈.
이런 상황에서 그는 아랍에 강경대응할 것을 요구하며 유혈충돌의 원인을 제공한 리쿠드당의 아리엘 샤론 당수와 함께 거국내각 수순을 밟고 있다.
리쿠드당 대변인은 20일 “바라크 총리가 샤론 당수와 회동을 갖고 안보와 외교뿐만 아니라 최근의 정국상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DPA통신 등 외신들도 “두 사람이 이달초부터 시작된 접촉에서 거국내각을 구성하기로 이미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회동에 앞서 바라크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극우 야당과 거국내각을 구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지난해 샤스당을 연정 파트너로 선택한 이후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바라크 정권이 과연 국민의 지지를 받을지는 아직 미지수.
샤론 당수는 동예루살렘의 독립과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 철수 반대 등 현안에서 아랍권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
이런 이유로 바라크 총리가 선택한 샤론 당수와의 연정 구성은 정국 안정을 가져오기는커녕 집권당과 이스라엘에 최악의 선택으로 귀착될 수도 있다.꼬일 대로 꼬인 이―팔 문제에도 또 다른 불씨를 제공해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지역에 도화선으로 작용할 우려마저 낳고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